게리 로크(사진) 주중 미국 대사가 201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劉曉波)의 수감과 티베트인의 분신 등 중국의 인권 문제와 관련, 중국 지도부에 정책의 변화를 촉구했다. 미국이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등 중국 새 지도부 출범에 맞춰 중국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작심하고 지적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로크 대사는 12일 세계인권의날(12월10일)을 맞아 주중 미국 대사관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우리는 중국 경제가 크게 발전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수감중인 노벨 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 가택 연금중인 그의 아내 류샤(劉霞), 구금 중이면서 의료적 지원이 절실한 장애인 여성 인권 운동가 니위란(倪玉蘭), 투옥 중인 인권 변호사 가오즈성(高智晟), 변호권을 보장받지 못한 천커구이(陳克貴), 종교의 자유가 억압된 티베트인과 위구르인을 포함해 중국 내 인권 상황을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티베트인들의 분신이 점점 더 잦아지고 있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라고 강조했다.
로크 대사는 "인권의 신장은 미국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중국도 마찬가지"라며 "법에 의한 지배와 인류 보편적 표현ㆍ종교ㆍ결사ㆍ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중국이 추구하는 성장과 번영, 장기적 안정을 확보하는 데도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나는 다시 한번 중국이 세계인권헌장을 지키고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권리들을 보장할 것으로 요청한다"고 주문했다.
로크 대사의 성명은 중국 언론에는 한 줄도 나오지 않았으나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와 인권단체의 홈페이지에 게재돼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의 중국계 첫 주중 대사인 그는 소탈하고 서민적 모습으로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시각 장애 인권 운동가 천광청(陳光誠)이 4월 가택 연금 상태에서 극적으로 탈출, 미국으로 유학하는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뒤 인권 수호자의 역할까지 보여주고 있다. 그는 실제로 9월 티베트인의 분신 저항 중심지 중 한 곳인 쓰촨(四川)성의 아바현을 방문, 중국을 간접 압박했다. 지난달 27일 CNN 방송 인터뷰에서는 미국은 공식적으로나 개인적 통로를 통해 중국에 일부 정책의 재고를 촉구하고 있으며 이중에는 티베트 정책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국제사회의 인권을 신장시키는데 기여한 공로로 2002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11일 베이징(北京)에서 리커창(李克强) 부총리와 만난 것으로 확인돼 눈길을 끌었다. 신화통신은 리 부총리가 "중국과 미국은 교류와 협력 과정에서 여러 문제에 봉착할 수 밖에 없지만 양국은 서로를 존중하며 공동의 이익을 개척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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