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가전전시회(CES), 5~6월 북미에서 열리는 세계정보디스플레이전시회(SID) 등은 전세계 정보기술(IT)ㆍ전자업체들이 대거 참여하는 국제전시회입니다. 이들 전시회에 마련하는 전시 공간 규모로 업체들의 글로벌 위상을 가늠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 잘 나가는 국내업체들이 이들 전시회 참가를 기피하고 있습니다.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 때문인데요. 특히 요즘 세계시장에서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중국 업체들이 주경계 대상입니다.
대표적인 곳이 삼성입니다. 액정화면(LCD)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만드는 삼성디스플레이는 내년 5월19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리는 SID 전시회에 참가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는 종이처럼 둘둘 말 수 있는 플렉서블 OLED와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등이 뛰어든, 안경처럼 쓸 수 있는 투명디스플레이 등을 연구ㆍ개발 중입니다.
따라서 SID에 이런 제품을 내놓으면 기술 유출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제품을 뜯어보지 않아도 관련 분야 개발자라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일부 업체들의 복제가 너무 심하다"며 "특히 개발자들에게 아이디어가 될 만한 영감의 빌미조차 주지 않기 위해 최근 불참하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같은 이유로 내년 1월8일 열리는 CES에서 스마트공기청정기, PC 냉각기 등으로 무려 7개의 혁신상을 받는 국내 IT 중견기업 모뉴엘도 제품 공개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혁신상 수상 소식이 발표되면서 제품 사진이 함께 공개됐지만, 제품의 뒷면이나 입체적인 모양 등은 전시회 참가 때까지 노출하지 않겠다는 방침입니다. 모뉴엘 관계자는 "매년 CES 참가 후 중국 대만업체들이 똑같은 모양의 복제품을 무섭게 쏟아낸다"며 "글로벌 비즈니스 때문에 참가를 하지 않을 수도 없고 골치"라고 합니다.
매년 10월 일본서 열리는 디스플레이 분야의 양 대 전시회 중 하나인 '평판디스플레이(FPD) 인터내셔널'도 마찬가지입니다. 올해부터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국내업체들이 참가하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일본 샤프조차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내년에도 불참할 예정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국제전시회의 시장성이 떨어지는 점도 원인이지만 이제는 기술유출도 함께 고민해야 하니 전시회 나가기 겁이 날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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