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감 재선거가 교육 정책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결국 보수ㆍ진보 진영 싸움으로 흘러가고 있다. 양 진영의 단일후보로 접전 중인 문용린ㆍ이수호 후보가 앞장서는 모양새다. 후보간 상호비방과 고발도 잇따르고 있다.
선거일을 일주일 앞둔 12일 이수호 후보 선거대책본부는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 문용린 후보 지지선언을 한 보수단체 1,000여곳에 대한 불법 선거운동 조사의뢰서를 전달했다. 이수호 캠프의 이범 공동대변인은 서울시선관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교육감 선거가 일부 세력에 의해 혼탁해지고 있는데 그 중심에 문용린 후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10일 문 후보 지지선언에 이름을 올린 1,000개 단체나 개인 중 공직선거법상 특정 후보를 지지ㆍ반대할 수 없는 자유교원노조, 창원중등선임교장협의회 등 교원단체와 일부 언론사 등이 포함된 점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수호 캠프는 또 서울중앙지검에 남승희 후보에게 사퇴 협박을 한 이모 학부모단체 대표를 고발했다. 앞서 10일 남 후보는 “후보등록 전후 보수단체로부터 지속적으로 사퇴 압력과 협박을 받아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며 이 대표로부터 받은 전화 녹취를 공개했다. 이수호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인 박경양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이사장도 “단순히 지지후보를 밝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른 보수 성향 후보 3명에게 협박에 가까운 사퇴 요구를 했다”며 “선거가 더 이상 혼탁한 상황으로 전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 대표를 후보협박죄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남승희 후보 측은 “우리에겐 한마디 언질 없이 고발을 했다”며 어이가 없다는 입장이다. 고발당한 이 대표는 “남 후보와 7,8년 알고 지낸 사이로, 통화 내용을 들어보면 알다시피 전혀 협박조로 얘기하지 않았다”며 “본인도 고발 안하는 건데 이수호 후보 측에서 고발한다니 웃긴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교육과 학교를 위한 학부모연합 등과 함께 14일 이수호 후보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문용린 후보는 반(反) 전교조 기치를 본격화하며 이념공세를 펼쳤다. 지난 6일 TV토론회에서 전국교직원노조 위원장을 지낸 이수호 후보에게 ‘친북좌파’ 이념 공세를 했던 문 후보는 10일 기자간담회에서는 작심한 듯 “전교조 교육감을 막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부패로 구속된 곽노현 교육정책을 심판하고, 이수호 후보를 앞세운 전교조의 학교 장악 음모를 막아야 한다”고 공세를 강화했다. 선거전 초반 문 후보는 “무한대 성적경쟁은 반대한다”면서 중1 시험 폐지 등을 핵심공약으로 내걸어 합리적이라는 평을 받았었다. 또 “교육감 선거를 교육자다운 선거로 깨끗하게 치르겠다”고 강조해왔지만 최근 10년 넘게 사교육업체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대선에 밀려 무관심한 유권자를 공략하기 위해 진영 논리로 가는 것 같다”면서 “그렇다고 해도 가장 깨끗하게 치러져야 할 교육감 선거에 표심을 얻기 위한 이전투구식 선거전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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