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국제사회의 강력한 경고와 만류에도 어제 기어이 장거리로켓 발사를 강행했다. 오전 9시 49분께 평북 철산군 동창리 발사장에서 발사된 로켓은 1, 2, 3단이 정상 분리된 뒤 '광명성 3호'로 명명된 물체를 위성 궤도에 올려 놓는 데 성공한 것으로 관측됐다고 한다. 북한 방송들도 이날 특별방송을 통해 "위성 발사에 성공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북한이 발사한 로켓의 실체가 무엇이든 북한에 대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떠한 발사도 금지한 유엔안보리 결의의 명백한 위반이다. 설사 북한 주장대로 위성 발사가 맞는다 해도 형식만 그럴 뿐 실제로는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을 위한 위장된 장거리로켓 발사 실험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전문가들은 이날 발사된 로켓 사정거리를 1만㎞ 이상으로 추정했다. 미국 서부해안까지 도달할 수 있는 거리다. 고난도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확보돼야 하지만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 위협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한층 높아질 수밖에 없다.
북한은 이번에 한미일은 물론 우방인 중국 러시아 베트남 등까지 포함된 28개국과 유엔 등 3개 국제기구가 발사계획 철회를 촉구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로켓 발사를 강행했다. 김정일 사망 1주기와 김정은 체제 출범 1년을 맞아 체제 결속을 강화하려는 내부의 정치적 수요가 컸겠지만 국제사회의 보다 강력한 제재와 압박 조치를 피하기 어렵다. 당장 유엔안보리는 오늘 새벽 긴급회의를 소집,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안보리는 4월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를 강력히 규탄하는 의장성명에서 북한이 추가로 로켓을 발사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다는'트리거(방아쇠)' 조항을 포함시킨 바 있다.
우리정부는 어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해 대응책을 논의한 뒤 성명을 통해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전에 대한 도전이며 위협"으로 규정, 강력히 규탄했다. 미국과 일본 러시아 등 각국 정부도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심각한 도발행위라고 규탄했으며, 중국은 외교부 대변인 정례브리핑에서 이례적으로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이번 사태는 시진핑 중국 새 지도부와 김정은 체제 관계에서 중대한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대선을 코 앞에 두고 어수선한 분위기지만 정부는 흔들림 없이 국제사회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대응조치를 취해 나가야 한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군의 대북 감시태세다. 북한이 일부 기술적 문제를 이유로 발사 기간을 조정하는 등의 상황이 있기는 했지만, 발사가 늦어질 것으로 지레 짐작하고 감시를 느슨하게 했다가 완전히 허를 찔린 셈이 됐다. 북한의 기만책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세종대왕함 등 해군 이지스함들이 발사 후 즉각 로켓을 탐지 추적한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지만 대북 군사정보 태세에 구조적 허점이 없는지 다시 한번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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