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가치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마침 원화 강세와 맞물리면서 원ㆍ엔 환율은 더욱 가파르게 떨어지는 상황이다. 일본 상품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수출 경쟁력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당장 큰 타격은 아니겠지만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원ㆍ엔 환율은 100엔당 1,304.87원까지 떨어져 연중 최저를 기록했다. 올 초(1월10일) 최고점(1,514.64원)과 비교하면 불과 1년 사이에 원화 가치가 엔화보다 16% 이상 절상된 셈이다.
이는 엔화가 달러 대비 약세를 띠는 사이, 원화는 반대로 강세를 보이면서 두 통화간 환율변화에 가속도가 붙었기 때문이다. 엔ㆍ달러 환율은 올 들어 7.00%(1월2일 달러당 77.16→12월12일 82.56엔) 오른 데 반해, 원ㆍ달러 환율은 7.52%(1,155.8→1,075원)나 하락했다.
엔화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최근 글로벌 경제의 불안심리가 다소 완화되면서 안전자산으로서의 엔화 선호가 다소 줄었고, 때마침 16일 총선에서 집권이 유력한 자민당의 아베 신조 총재가 "집권시 50조엔 규모의 경기부양, 무제한 양적완화 등 강력한 부양책을 펼치겠다"고 공언하면서 엔화 약세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일본 경제의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도 높은 상황이어서 내년까지 엔저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모건스탠리는 내년말 엔ㆍ달러 환율이 90엔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내놓았다.
국제 무대에서 일본 상품과 겨뤄야 하는 우리 수출기업들로서는 가격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산업연구원은 원ㆍ엔 환율이 5% 하락하면 연간 수출액이 최고 3%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자동차, 철강, 기계, 조선 등 업종에 타격이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일본 국내 금융시스템의 취약성 때문이라도 아베 총재의 공언만큼 공격적인 부양책을 쓰기는 어렵겠지만 당분간 엔저 기조는 계속될 전망"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다만 지난 4년간 크게 오른 엔화 가치 수준을 감안하면 당장 우리 수출에 큰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대일 수입의존도 완화 등 장기적인 대비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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