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농촌 아줌마일 뿐입니다. 저만 큰 상을 받으니 이상해요. 여기 사람들 다 받아야 해요. "
16년 전 일본에서 한국으로 시집와 자식 넷 낳아 기르면서 시부모 병수발을 들고 있는 가나이 요우꼬(48)씨는 12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동네 다른 아주머니들과 똑같이 살았고, 신문에 나올 만한 일을 한 적이 없다"며 되레 수줍어했다. 그는 가천문화재단이 선정한 제14회 심청효행대상 다문화효부상부문 대상 주인공이다.
가나이씨는 "시아버지(87)가 중풍으로 처음 쓰러졌을 땐 대소변까지 받아내야 하고 아이들도 어릴 때라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며 "지금은 식사도 혼자 하실 정도로 호전됐고 아이들도 밝게 자라줘 오히려 힘이 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 12년 전 중풍으로 오른쪽 몸이 마비된 시아버지와 치매증상이있는 시어머니(85)를 지극 정성으로 모시며 충남 서천군 화양면 남성리에서 함께 살고 있다.
팍팍한 시집살이다 보니 결혼 후 16년 동안 친정인 니가타를 찾은 건 단 세 번. 결혼식 뒤 부모께 남편을 인사시키기 위해서 찾은 게 첫 번째였고, 2005년 친정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막내 아들과 급하게 찾은 게 두 번째 방문이었다. 지난해에는 지역 농협에서 귀농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한 사업에 선정돼 온 식구가 니가타를 다녀왔다. "결혼할 때만 해도 1년에 한 번 정도는 친정에 갈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농사일이나 학교 다니는 아이들 뒷바라지, 시부모 봉양 같은 현실 때문에 도저히 불가능하더군요."
값싼 인터넷 전화 덕분에 쉽게 목소리로 안부를 확인할 수 있게는 됐지만.이것 역시 초등 2, 4, 6학년, 중 2학년 아이들 챙기느라 여의치 않다. "편하게 전화할 시간도 넉넉지 않다 보니 16년이란 세월도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어요."
쌀의 고장 니가타에서 났지만 농사라고는 모르고 자란 그는 서천의 대농이기도 하다. 남편과 함께 6만6,000여㎡(약 2만평)의 논을 일구고 있다. 결혼 전 일본에서 신용카드 회사 직원으로 일하던 그는 이제 트럭도 혼자 척척 몬다. 바쁜 와중에도 최근 '일본말 선생님'으로 활동하면서 일거리 하나를 추가했다. "옛날에 일본 노래를 배웠다는 어른들이 자랑 삼아 풀어놓으시는데 그게 일본 군가인 거에요. 두 나라가 많이 가까워졌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마음에 고인 것들을 확인할 때마다 가슴이 아프죠."새로 만든 일은 결국 한국인과 일본인 사이 마음의 간격 좁히기다. 띄엄띄엄 있는 일본어 강의에서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싶지만 그는 "지금까지 해 온대로 변치 않고 살면 언젠가는 사람들이 이해해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심청효행대상 시상식은 14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리며, 대상자에게는 1,0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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