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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12월 13일] 12월 21일 종말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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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12월 13일] 12월 21일 종말론

입력
2012.12.12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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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20년 전인 1992년 10월 28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다미선교회 본부 앞에는 수많은 취재진과 구경꾼들이 진을 쳤다. 교회 안에는 신도 1,000여명이 흰옷을 입고 자정에 있을 휴거(携擧)를 기다리며 예배를 보고 있었다. 그러나 신도들이 하늘로 올라가는 휴거는 일어나지 않았고 다음날 교회는 사과문을 냈다. 당시 다미선교회 외에도 수십 개의 종파가 휴거를 주장하는 등 시한부 종말론은 정점에 이르렀다.

■ 고대 마야 달력에 근거한 '2012년 12월 21일 종말론'이 급속히 퍼져 나라마다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마야 달력이 기원전 3114년 8월 13일 시작해 13번째 '박툰(1박툰은 14만4,000일)'인 2012년 12월 21일 끝난다고 한데서 비롯된 예언이다. 러시아에선 식량과 양초 사재기 현상이 지속되자 '종말론은 거짓'이라며 정부가 대국민 설득에 나섰다. 중국에선 "세상이 곧 끝나니 재물을 의미 있는 일에 쓰라"며 금품을 뜯는 사기행각이 극성이다.

■ 종말이 어떻게 올 지에 대한 소문은 다양하다. 니비루 혹은 X행성으로 알려진 행성과 지구의 충돌설, 혜성 충돌설, 거대한 태양 폭풍설 등이다. 심지어 지구의 자전축이 뒤집히고 은하 한복판에 있는 블랙홀로 빨려 들어간다는 설도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전 세계 어린이들이 이메일을 보내 우울증과 자살 충동을 토로하자 "행성이 21일 지구와 충돌할 예정이라면 지금쯤 육안으로 확인돼야 하는데 보이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 싸이의 말춤도 종말론의 근거로 동원됐다. 노스트라다무스가 남긴 "춤추는 말의 숫자의 원이 9개가 될 때 조용한 아침으로부터 종말이 올 것이다"는 구절에서 '고요한 아침'은 대한민국, '춤추는 말'은 싸이의 말춤을 의미한다면서,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0'이 9개인 유튜브 10억뷰가 예상되는 12월 21일이 지구의 종말이라는 황당무계한 얘기다. 종말론은 사람들의 불안 심리의 반영이다. 전 세계에 몰아 닥친 경제 위기를 자양분으로 종말론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것이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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