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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12월 13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가 남긴 세 가지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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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12월 13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가 남긴 세 가지 의미

입력
2012.12.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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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원래 10~22일 사이에 평북 철산군 동창리 소재 위성 발사장에서 남쪽 방향으로 '은하 3호' 로켓을 발사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발동기 계통의 결함이 발견돼 발사 예정일을 29일까지 연장한다고 수정발표한지 사흘만인 12일 오전 로켓을 전격적으로 쏘아 올렸다.

이 발사에 대해 북한 당국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국제해사기구(IMO)에 통고하고 미국과 일본에게도 그 사실을 알려 위성발사임을 강조하고 있다. 앞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는 7일 장거리 로켓 발사 중지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바 있었으나, 결국 허사가 됐다.

국제 사회의 일치된 우려와 로켓 발사 시 한미 당국의 추가제재 경고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의 한편에선 "만약 북측 주장대로 실용위성이 분명하다면 최근 발사 실패한 우리의 나로호와 다를 게 없고, 우주조약에 기초한 자주적 권리이니 문제 삼을 일이 아니다"라는 입장이 나오기도 했다. 한마디로 기가 찰 노릇이고,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인식이라고 여겨진다.

북한의 의도에 대한 선의적 해석은 이른바 북한전문가랍시고 여기저기 불려다니는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 않는 것 같다. 어떤 이는 이번 발사를 놓고 "실용위성을 갖겠다는 목적이고, 그걸 통해서 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강화하는데 도움을 받겠다는 것"이라며 앞뒤가 전도된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북한이 과연 위성제작능력이 있는가에 대한 확인 없이, 그리고 지난 4월 로켓 발사 때 공개한 위성 모양의 물체가 실제로 은하 3호에 탑재되었는가에 대한 확인 없이 이번 로켓 발사도 실용위성을 쏘아 올리기 위한 것으로 단정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판단된다.

우리는 12ㆍ12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실험이 갖는 본질을 정확히 꿰뚫어봐야 한다. 장거리 로켓 발사가 함축하고 있는 의미는 크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겠다.

첫째, 북한의 로켓 발사 강행은 무엇보다도 국제 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한 노력에 대한 무시이자 정면도전이다. 이번 로켓 발사는 1차 핵실험 직후인 2006년 10월 대량살상무기 및 탄도 미사일 개발을 금지하고 억제하기 위해 마련된 제재조치인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를 위반하는 행위다. 2차 핵실험 직후인 2009년 6월 규탄의 강도가 보다 강하고 제재수위를 한 층 높인 안보리결의 1874호 위반이기도하다.

둘째, 사실상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북한이 핵 폐기 대신 핵을 미국까지 실어 나를 수 있는 대륙 간 탄도미사일 능력을 확보하려 한다는 점이다. 주지하다시피 운반체계가 확보되지 않는 핵은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에 대해선 무용지물이다. 대등한 핵보유국으로서 미국과 협상테이블에 앉아보겠다는 것이 이번 로켓 발사의 목적 중 하나다.

셋째, 김일성 사후 김정일이 북한의 총 노선 내지 전략적 목표로 내세운 강성대국 노선을 김정은이 계승하겠다는 것을 이번 발사는 함축하고 있다. 우리는 김정은이 젊고 서방에서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김정일에 비해 개방적이고 개혁적일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김정일의 강성대국 노선을 계승하고 있으며 김정일 정권처럼 경제적으로 부강한 '성'(盛)한 나라가 아닌 경직되고 군사적으로만 '강'(强)한 나라를 만들어가고 있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에 들인 비용은 수 억 달러로 알려져 있다. 이 돈이면 북한주민 1년 치 식량을 구입할 수도 있다. 북한은 2000년 우리쪽으로부터 차관으로 가져간 식량에 대해 만기인 올해 4차례나 독촉을 받고도 갚지 않고 있다. 주민은 먹을 것이 없어 기아에 허덕이는 마당에 있지도 않은 미국과 우리의 위협을 내세우며 군사력 강화에만 올인해선 안 된다. 북한은 지금이라도 무모한 장난을 그만두고 민생을 챙기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핵과 장거리 로켓이 아니라 주민을 배불리 먹이고 편안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김정은 정권은 명심해야 한다.

유영옥 경기대 교수ㆍ국가보훈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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