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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대기업 간판기업마저 매각에 나서

입력
2012.12.12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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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핵심 계열사까지 팔기 시작했다. 글로벌 경제위기와 내수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몸집을 줄여서라도 현금확보에 주력하는 등 본격적인 위기대응에 나서고 있다.

재계 순위 17위의 STX그룹은 12일 주력 계열사 가운데 하나인 STX팬오션을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TX그룹이 지난 2004년 옛 범양상선을 인수해 설립한 STX팬오션은 국내 3위의 대형해운업체로, 그 동안 조선부문과 함께 STX그룹의 양대 사업축이었다.

STX측은 "세계 해운ㆍ조선 시장이 동반침체에 빠진 상황에서 두 사업을 모두 끌고 나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조선을 중심으로 플랜트ㆍ에너지 부문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해운부문을 매각 키로 했다"고 말했다.

STX그룹은 올 상반기 유동성압박이 커지자 채권단과 약정을 맺고 ▦STX에너지 지분 매각 ▦STX메탈과 STX중공업 합병 ▦유럽 자회사인 STX OSV 매각 등을 추진해왔다. STX팬오션은 당초 구조조정 리스트에 없었는데, 강덕수 회장은 확실한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알짜 계열사까지 처분키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그룹도 이날 핵심계열사인 동양매직(가전)과 레미콘(건재)을 매각한다고 밝혔다. 동양그룹 관계자는 "사업구조를 에너지와 시멘트 위주로 재편하기 위해 두 계열사를 처분키로 했다"면서 "이를 통해 내년까지 2조원의 유동성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양그룹은 다른 소형계열사들도 함께 정리할 방침이다.

대기업들이 이처럼 핵심계열사, 핵심사업부문까지 정리하고 나선 건 불황의 골이 예상보다 훨씬 깊고 길어지면서, 수익성 위주의 사업구조재편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기 때문. 한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몸집까지 줄이는 건 느끼는 위기감은 상상 이상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SK LG 포스코 롯데 등 다른 대기업들도 현재 계열사를 매물로 내놓거나, 비슷한 계열사들에 대한 통합작업을 진행 중이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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