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발사 예고 기간 셋째 날인 12일 오전 장거리 로켓을 기습 발사했다. 북한의 이날 발사는 기술적 결함을 이유로 발사 예고 기간의 시한을 22일에서 29일까지로 1주일 연기한 뒤 갑작스럽게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북한은 지난 1일 "장거리 로켓을 동창리 서해위성 발사장에서 10일부터 22일 사이에 남쪽 방향으로 발사한다"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했다. 이후 북한은 지난 9일 돌연 "일련의 사정으로 로켓 발사 시기를 조절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10일 "1단 로켓 조종 발동기 계통의 기술적 결함이 발견돼 발사 예정일을 오는 29일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북한이 11일 발사대에 정착한 로켓을 분리해 발사장 인근의 조립건물로 옮겨 수리하고 있다는 얘기가 전해지면서 문제를 고치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북한은 이 같은 상황에서 기습적으로 로켓 발사를 강행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기습적인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김정일 유훈'을 받드는 체제 결속 강화와 대북 제재 완화, 위장 전술 등 다목적 포석을 깔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1주기(17일)에 앞서 '축포'로 로켓을 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동창리 지역에는 13일부터 악천후가 예보돼 물리적으로 12일이 마지노선이었다.
국제사회의 압박이 가중되면서 북한이 더 궁지에 몰리기 전에 결단을 내렸다는 분석도 있다. 11일 현재 28개국과 유엔, EU, 나토 등이 북한의 발사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며 저인망식으로 북한을 강하게 옥죄던 상황이었다.
한미 정보 당국이 발사 징후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전에 발사를 단행했다는 시각도 있다. 한미 양국의 위성은 오전 10시~11시, 오후 2~3시에 하루 두 차례 동창리 상공을 지나기 때문에 이에 앞선 오전 9시 49분에 발사했다는 것이다. 북한이 밝힌 기술적 결함이 크지 않았을 가능성도 많다. 당초 심각한 문제로 판단해 발사 기간을 연장했지만 재점검 과정에서 입장을 바꿨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로켓 발사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특유의 위장전술을 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로켓 발사 준비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데도 기술적 결함을 언급하고 발사 기간을 연장한 뒤 기습적으로 발사함으로써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를 당혹스럽게 만들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얘기다. 로켓 발사는 결국 무력 시위를 통해 대외 협상력을 강화하고 지원을 얻으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몸값을 높이기 위해 발사를 강행했다는 견해도 있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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