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고속도로 갓길에서 차량을 후진해 대리기사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살인 등)로 기소된 박모(42)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뒤집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박씨가 반드시 피해자를 살해할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음을 인식했다고는 볼 수 있다"며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박씨는 2010년 6월 회식을 마친 후 대리기사 이모(50)씨를 불러 차를 타고 서울 외곽순환도로 일산 방면으로 가던 중 경로 문제로 다툼을 벌였다. 박씨는 운전 중인 이씨를 몇 차례 폭행했고, 차에서 내려 뒤쪽으로 피한 이씨를 차를 후진해 친 다음 그대로 달아났다. 이씨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혈중 알코올농도 0.143%의 만취 상태로 조사된 박씨는 다른 곳에서 교통사고를 낸 뒤 음주운전, 뺑소니, 살인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박씨는 "술에 취해 수동기어를 잘못 조작해 후진하다가 사고가 난 것"이라며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1ㆍ2심 재판부는 박씨의 살인 혐의에 대해 "유죄 의심은 가지만 살해할 동기가 뚜렷하지 않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기 때문에 결국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무죄를 선고하고, 음주운전과 뺑소니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해 각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 징역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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