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취임한 신성철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초대 총장이 4년 임기의 절반도 채우지 않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직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도덕성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12일 오후 카이스트총장 후보 철회를 시사했으나 이미 한번 마음이 떠난 상태여서 디지스트 총장직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대구시 등에 따르면 신 총장은 카이스트 총장후보발굴위원회가 이달 초 총장후보선임위원회에 추천한 후보 6명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신 총장과 함께 발굴위원회의 추천을 받은 김도연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은 “맡은 일에 충실하겠다”며 지원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발굴위원회가 추천하더라도 지원서를 내지 않으면 후보군에 들어가지 않게 된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 학계는 물론 대구시와 경북도 등은 “신 총장이 카이스트 총장을 위해 디지스트를 디딤돌로 삼은 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구시 곽영길 신성장정책관은 “대구시는 디지스트의 인사ㆍ학사운영에 간여할 권한이 전혀 없다”며 “일단 지켜볼 일”이라며 황당해했다. 또 다른 지역학계 관계자는 “카이스트 총장에 지원할 수는 있지만, 2년도 되지 않아 다른 자리를 기웃거리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며 “지난해 디지스트 총장 선임과정에서도 말이 많았는데, 디지스트 발전을 위해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 총장은 12일 오후 긴급확대간부회의를 열고 “카이스트 총장후보발굴위원회 측이 총장에 응모할 것을 강력히 요청해 왔다”며 지원을 사실상 시인하고 “향후 진행될 카이스트 총장 선임과정의 모든 절차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주어진 임기동안 총장직을 성실히 수행해 디지스트를 ‘세계 초일류 융복합 연구중심대학’의 비전을 실현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카이스트 이사회는 이달 말까지 총장후보선임위로부터 3명 이내의 후보를 추천 받아 내년 1, 2월 중 차기 총장을 최종 선임할 예정이다.
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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