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만 해도 경기 수원시 영통구의 팔달공고(현 수원하이텍고)는 주민들에게 눈총의 대상이었다. '수원의 강남'이라는 영통에 어울리지 않는 수준의 학교로 인식됐지만 2010년 3월 젊은 기술명장(Meister)을 육성하는 마이스터고로 전환하며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내년 2월 마이스터고 첫 졸업을 앞둔 3학년 140명의 취업률은 100%. 이들이 취업약정을 맺은 곳은 삼성전자 협력업체 등 대부분 대기업과 중견기업, 공기업 등으로 모두 정규직 취업이다. 여승기 수원하이텍고 교감은 "과거에는 영통의 기피시설이라는 악담까지 들었는데 이제는 우리 학교 입학을 축하하는 현수막을 내거는 중학교까지 생겼다"고 격세지감을 전했다.
산업수요 맞춤형 고등학교로 설립된 수도권 마이스터고들이 내년 첫 졸업생을 배출하며 인기가도에 올랐다. 정규직으로 취업률 100%를 달성했고, 입학을 원하는 중학생들도 밀려오고 있다.
11일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마이스터고 등에 따르면 수도권 마이스터고 5개교의 내년 첫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100%에 달했다.
수도전기공업고는 졸업예정자 196명 중 108명이 한국전력공사,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서부발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석유공사 등 공기업에 취업이 확정됐고, 50명이 두산중공업, 삼성전자, LS전선 등 대기업에 입사한다. 나머지 학생들도 모두 중견기업 등에 취업할 예정이다.
평택기계공업고도 졸업예정자 142명 전원 취업이 확정됐고, 인천전자마이스터고도 마찬가지다. 인천전자마이스터고 졸업예정자 142명이 계약한 연봉은 전신인 인천전자공업고였을 때보다 평균 500만원 이상 상승했다.
뉴미디어콘텐츠분야에 특화된 미림여자정보과학고는 졸업예정자 112명 중 101명의 취업이 확정됐다. 나머지 학생들도 취업 상담이 진행 중이라 조만간 취업률 100%를 채울 전망이다.
마이스터고 취업률이 이렇게 높은 것은 처음부터 지정분야를 정하고 기업들과 취업약정을 맺어 지속적으로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입학금과 수업료 등이 면제될 뿐 아니라 기업들이 제공하는 장학금 혜택도 누린다. 전원 기숙사생활이라 전국단위로 뛰어난 학생을 유치할 수 있다. 미림여자정보과학고가 내년부터 영국 런던의 전문대 웨스트민스터 킹스웨이 칼리지와 현지에서 자격증을 딸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하는 등 이전에는 없던 교육기회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남학생들은 취업 뒤 4년간 입영을 연기할 수 있고 특기를 살린 군 복무도 가능하다. 백경진 수도전기공업고 마이스터부장은 "기숙사생활이 통학으로 뺏기는 시간을 절약해 보다 심도 있는 공부를 할 수 있다"며 "취업이 척척 되는 것을 보면 대학을 꼭 가야 하나 의문"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마이스터고 졸업예정자 중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본 학생은 한 명도 없다. 그만큼 자신의 선택에 대한 소신이 강하다는 의미다. 삼성전기 취업예정인 수원하이텍고 3학년 김동환(18)군은 "대학은 회사를 다니다 나중에 갈 수도 있는 것"이라며 "기술명장의 길을 택한 데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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