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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 보호' 비웃는 보복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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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 보호' 비웃는 보복범죄

입력
2012.12.1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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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구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C(66)씨는 3년 전부터 동네 주폭 K(50)씨의 행패에 시달렸다. K씨는 수시로 가게에 찾아와 공짜로 술을 주지 않으면 C씨를 때렸다. 참다 못한 C씨는 지난해 10월 경찰에 신고했고 K씨는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50만원의 벌금을 물었다. 하지만 그 때부터 K씨의 행패는 더 심해졌다. 이제는 "너 때문에 벌금을 냈다"며 C씨를 괴롭혔다. C씨는 그 때마다 매번 근처 파출소에 신고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구속시키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는 말 뿐이었다. 심리적 불안과 공포 등 신고자가 느끼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경찰에서는 형식적으로 대처하더라는 얘기다.

보복범죄는 단순 협박에 그치지 않고 살해 등 중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 대전 지체장애 여성 살해 사건(본보 12월 7일 8면)과 같은 보복 살해가 올해만 3건이 발생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보복범죄 신고에 대한 경찰 대응은 더욱 엄중하고 철저해야 하지만 곳곳에 허점투성이다. 보복 협박을 받은 지체장애 여성이 경찰에 이를 신고했지만 신변보호 요청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방치되다 결국 참변을 당했다.

경찰의 부실 대응 이면에는 신고자나 증인 보호 시스템 문제가 있다. 현재 경찰에 신변보호 요청을 하려면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에 따라 당사자가 직접 경찰서를 방문해 신청서를 작성하고, 관할 경찰서에서는 서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심의위원회를 열어 신변보호 여부와 보호 수준을 결정한다. 문제는 절차가 번거로운데다가 신변보호 결정이 나더라도 경찰이 당사자를 보호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서울의 한 경찰서 관계자는 "만약 신변보호가 결정되더라도 인력 등 여러 여건상 당사자가 기대하는 것처럼 사설 경비업체 식 밀착 경호를 할 수가 없다"며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어 '신변보호요청이 들어와 경찰에서 지켜보고 있다'고 경고하거나 요청 대상자와 경찰이 일대일 핫라인을 구축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증인이나 신고자에 대한 경찰의 보호가 허술하고 미덥지 못하다 보니 보복범죄는 갈수록 늘고 있는 실정이다. 2008년 87건이던 보복범죄는 2009년 139건으로 급증한 뒤 2010년 124건, 2011년 122건으로 감소세를 보이다 올해 8월말 기준으로 총 142건이 발생했다. 최근 5년 내 최고치다. 같은 기간 보복범죄로 인해 부상을 입은 사람은 76명, 사망자는 대전 지체장애 여성 살해 사건 피해자를 포함해 올해만 3명째다.

이런 사정 때문에 민간 상담소에서 안정적인 도움과 보호를 구하기도 한다. 이선미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는 "성범죄에 연루된 여성 피해자나 여성 증인의 경우 가해자의 보복이 두려워 선뜻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고 여성성폭력상담소에 고민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윤호 동국대 교수(경찰행정학)는 "보호요청 시 경찰이 피해 정도와 사안의 중요성을 추정하는 데 시일이 오래 걸리다 보니 피해자나 증인이 불만과 불안을 느낄 수 밖에 없다"며 "별도의 진술공간 등 신고자의 신원노출을 막기 위한 장치와 노력이 있어야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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