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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력 팡팡" 중년은 모바일 게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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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력 팡팡" 중년은 모바일 게임 중

입력
2012.12.1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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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노미경(58)씨는 요즘 아침에 눈을 뜨면 돋보기를 쓰고 제일 먼저 이걸 한다. 2주 전엔 이것을 하느라 고구마를 태우기도 했다. 베테랑 주부인 노씨에게 결혼 3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하루에 이걸 하는 시간을 어림잡아 보니 6~7시간이나 됐다. 전화를 받지 못하는 때도 있다. 이러다 보니 남편도 종종 눈을 흘기며 "애들도 아니고 미쳤느냐"며 농반진반 핀잔을 줄 정도다. 이 모든 게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게임 '애니팡' 때문이다. 1분 동안 같은 동물 모양 캐릭터를 가로나 세로로 3마리씩 배열하는 단순한 이 게임이 노씨의 삶 자체에 큰 변화를 가져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노씨는 "다섯 달 전에 아들 딸이 하는 걸 보고 처음 애니팡을 알게 됐다"며 "애들의 스마트폰을 빌려서 한 번 잡으면 2~3시간씩 하다 보니 나중엔 아들이 애니팡이 가능한 기종으로 전화기까지 바꿔줬다"고 말했다. 노씨는 "태어나서 해본 게임은 애니팡이 처음"이라며 "나이 들어 손가락 움직임이 느리다 보니 최고점수가 10만점 밖에 안 된다"고 웃었다. 요즘 노씨는 애니팡을 넘어 '드래곤 플라이트', '사천성' 등 새로운 모바일 게임에 도전 중이다.

비단 노씨만이 아니다. 주부 심현희(56)씨는 "지난 달에 찌개를 가스 불에 올려놓고 게임을 하다 남편이 냄새를 맡고 부엌으로 달려가 간신히 껐다"며 "하마터면 불이 날 뻔 했다"고 돌이켰다. 심씨는 "그래도 게임을 그만 둘 수 없다"며 "하루에 3시간은 기본"이라고 말했다. 심씨는 "친구들 모임에서도 모바일 게임이 화젯거리"라고 전했다.

모바일 게임 삼매경에 빠진 50, 60대가 늘고 있다. 지난 7월 출시된 애니팡을 비롯해 드래곤플라이트, 사천성 등의 인기가 10, 20대를 넘어 전 세대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SKT관계자는 "스마트폰 어플을 다운 받을 수 있는 'T스토어'의 50대 이상 가입자가 지난 달을 기준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며 "50대 이상의 모바일 전용 게임 이용률 증가와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카카오톡'의 홍보담당 이기연씨는 "50, 60대의 모바일 게임사랑은 예상치 못한 현상"이라며 "새로운 게임에 빨리 빠졌다가 또 다른 흥미거리로 옮겨가는 젊은 세대와 달리 50대 이상은 늦게 반응하지만 오히려 깊게 빠지는 것 같다"고 내다봤다. 게임을 하면서도 추가로 비용 나가는 것은 꺼리는 탓인지 젊은 세대들은 게임 중 유료 아이템 구매도 자주 하는 반면 50대 이상은 아이템 구매도 거의 하지 않는다는 점도 특징이다.

50, 60대가 모바일 게임에 빠져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부 노씨는 "카카오톡 주소록에 등록된 지인들의 순위를 확인할 수 있으니 경쟁심이 생기고 더 흥미진진하다"며 "단순한 동작을 반복하면서 손가락을 자주 움직이니 치매 예방에도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심씨는 "게임이 새로운 삶의 활력소가 됐다"고 말했다.

숭실대 배영 교수(사회학)는 "개성 표출을 자제하고 자녀 교육과 가사일에 몰두해 온 50~60대가 모바일 게임에 심취하는 이유는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욕구와 관계가 있다"며 "주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게임 속 랭킹 목록에 자신의 이름을 올림으로써 만족감을 얻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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