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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12월 12일] 성매매와 인신매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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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12월 12일] 성매매와 인신매매

입력
2012.12.1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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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권분야에서 민감한 논쟁으로 떠오른 주제가 있다. 성매매를 합법화하고 성매매 종사자를 정상적 노동자로 인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합법화하자는 쪽에서는 성매매를 법의 테두리 내에 두고 규제하면 여러 문제들을 더 잘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이렇게 될 때 성매매 종사자들을 보호할 수 있고 이들의 자기결정권과 고객의 선택권을 존중해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합법화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성매매가 일어나는 사회·경제적 차별구조를 직시해야 하고, 성매매가 남성이 여성을 억압하는 권력의 장 내에서 이루어지는 착취행위라는 본질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성매매 종사자를 처벌하거나 그들을 피해자로만 규정하는 것에도 반대한다. 이런 논쟁 자체가 우리 사회 변화의 한 단면이다. 하지만 전통적인 인권담론에서 이 주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이 논란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는 전세계적 비교연구가 최근 발표되었다. 내년 초 저명한 국제학술지 에 실릴 '성매매 합법화로 인신매매가 증가하는가?'라는 논문이 그 주인공이다. 독일과 영국 런던정경대 (LSE) 연구진은 전세계 150개국을 대상으로 합법화된 성매매가 인신매매의 유입을 증가시켰는지 여부를 조사했다. 지금까지 이 논쟁에는 두 이론이 맞서고 있었다. 규모의 경제효과 이론에서는 성매매가 합법화되면 성매매 시장이 확대되면서 인신매매도 따라서 늘 것이라 본다. 반면, 대체효과 이론에서는 합법적 성매매가 인정되면 불법적 인신매매에 의한 성매매는 그 비중이 줄 것으로 예상한다.

연구 결과, 규모의 경제효과가 대체효과를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성매매가 합법화된 나라에서 불법적 인신매매의 규모도 대폭 늘어난 것이다. 연구진은 몇몇 개별 사례도 살펴보았다. 특히 스웨덴과 독일의 비교가 흥미를 끈다. 스웨덴에서는 오랫동안 성매매의 근본원인을 연구한 후 1999년 법을 개정하여 성매매를 전면적으로 금지시켰다. 모든 형태의 상업적 성관계가 금지되었고, 성을 구입한 사람은 벌금형 또는 최대 6개월의 징역형에 처해지게 되었다. 새로운 법은 '성매매는 그 본질에 있어 언제나 착취적인 것이며, 여성이 제공하는 성적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 자체가 여성에 대한 차별'이 되므로, 차별을 가하는 사람(구매자)을 처벌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더 나아가 성매매는 인신매매의 원인으로 추정된다고도 했다. 스웨덴의 조치는 이번 연구로 그 정당성이 입증되었다고 볼 수 있다.

독일의 경우는 정반대였다. 독일은 과거 개인들 사이에서 성을 사고파는 것만 허용하다 2002년부터 성매매에서 제3자 개입을 허용했다. 그 결과, 현재 유럽 전체에서 가장 큰 성매매 시장을 가진 나라가 되었다. 성매매 종사자들은 이제 '정상 노동자'로 분류되어 노동조건의 규제를 받고 세금을 내며 퇴직연금도 받을 수 있다. 독일의 성매매 종사자는 총 15만 명 규모로 추산된다. 독일 인구가 스웨덴의 10배가 채 안 되는데, 독일의 성매매 종사자 수는 스웨덴의 음성적 성매매 종사자의 60배가 넘는다. 더 중요한 점은 독일의 성시장에 유입된 불법적 인신매매 피해자들 역시 스웨덴에 비해 62배나 높았다는 사실이다. 성매매 합법화로 합법적 성시장이 크게 늘어났고, 그와 함께 불법 인신매매도 폭발적으로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연구는 성매매를 둘러 싼 논쟁에 극히 중요한 함의를 준다. 성매매를 양성화하는데 따르는 긍정적 측면이 분명히 있다. 개인의 자기선택권, 자기결정권도 물론 소중하다. 그러나 인신매매라는 천인공노할 범죄의 창궐을 무릅쓰고라도 그런 길을 선택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 앞에서 보다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해졌다. 자유가 인권의 핵심기반에 속하는 가치이지만, 어떤 맥락에서 표출되는 자유가 진정 가치있는 자유인지를 짚어야 하겠다. 전통적 인권담론은 모든 종류의 자기결정권을 인권으로 인정하라는 수정주의의 도전을 받으며 세계인권선언 주간을 맞고 있다.

조효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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