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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뽀] 시민안전 위협하는 구미 금오산 올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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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뽀] 시민안전 위협하는 구미 금오산 올레길

입력
2012.12.1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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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산 도립공원 내 금오저수지에 설치한 '금오산 올레길'이 부실시공으로 시민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금오산올레길은 구미시가 환경부 예산을 지원받아 한국농어촌공사 경북지역본부에 위탁, 지난 8월 2차 공사를 마치고 2.7㎞ 전 구간을 개방해 구미지역 대표적인 호반 산책로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나사 빠진 난간 등 언제 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6일 오후 구미시 남통동 금오산 주차장 오른쪽 금오산올레길. 지난 밤 몰아친 눈발이 채 녹지도 않았지만 방한복을 입은 외지 관광객과 구미시민 등 많은 사람들이 산책하고 있었다. 찬바람에 걸음을 재촉하던 산책객들은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감기 조심하라"며 덕담을 건네는 등 겉보기에는 평온해 보였다. 하지만 금오산 진입로 반대편의 170m짜리 자동부교(수위에 따라 높이 조절되는 다리) 앞에선 일부 산책객들은 발로 굴러보는 등 안전한지 불안해 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곳을 찾은 산책객들은 산책로에 만족하다 곳곳에서 부실시공 흔적을 발견하고 대경실색한 것이다. 겉보기에는 멀쩡했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난간 나사가 빠져 있거나 볼트로 단단히 고정돼 있어야 할 조명 컨트롤박스가 가는 철사에 매달려 있는 등 부실시공의 흔적이 한 두 곳이 아니었다.

삐걱거리는 발판이 거슬려 자세히 살펴보던 이정식(46ㆍ회사원ㆍ구미시 인의동)씨는 "겉으론 멀쩡한데 자세히 보니 부실투성이로 알고는 못 다니겠다"며 "무리하게 개방하는 바람에 자칫 추락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성토했다.

이씨의 말에 따라 살펴본 현장은 부실 그 자체였다. 금오산 올레길은 금오저수지 제방 안쪽에 콘크리트나 H빔으로 교각을 세우고, 그 위에 나무발판과 추락방지용 난간을 설치한 교량형 산책로다. 난간은 세로로 나무기둥을 설치하고 가로로 3개의 나무난간을 나사못으로 고정했다.

하지만 난간 상당수에는 나사못이 빠져 있었다. 1.5m 간격의 기둥 사이의 난간 연결부에는 나사못을 4개씩 박게 돼 있었지만 대부분 1, 2개만 박았다. 1.5m의 한 구간에서 빼 먹은 나사못만 평균 10개 이상으로 2.7㎞ 전구간에는 2만개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됐다.

장모(45ㆍ회사원)씨는 "아무리 난간에 기대면 안 된다고 하지만, 사진을 찍거나 장난을 치다가 부딪칠 수도 있는데 어떻게 이렇게 시공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부실시공은 이뿐만이 아니다. 나무 발판 아래에 부착한 전선관이 빠지거나 전선이 늘어지기도 하고, 볼트로 단단히 고정시켜야 할 LED조명 컨트롤 박스는 가는 철사로 매달아 놓은 바람에 축 널어져 있었다. 수위가 높아지면 물에 잠겨 감전사고를 일으킬 수 있어 보였다.

이와 함께 규격에 맞지 않은 교각을 사용하는 바람에 금오산관리사무소 측이 직접 보강공사까지 한 사실도 확인됐다. 도로 쪽에 설치된 교각 중 직경 60㎝ 짜리 27개가 수중 기둥용으로 부적합해 사무소 측이 발주청인 농촌공사 대신 40㎝ 콘크리트로 덧씌우기 보강공사를 실시한 것.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농촌공사가 시공한 올레길 다리의 기성품 교각은 물 속이나 외부 노출이 금지된 제품인 것으로 밝혀지는 바람에 긴급 보강공사를 벌였다"고 말했다.

금오산올레길 조성 사업은 환경부가 전체 예산의 50%, 경북도와 구미시가 각각 15%, 35% 총 140억원이 투입됐으며 2008년에 착공해 지난 8월 전구간이 개방됐다.

김용태기자 kr88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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