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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준 총재 "몰빵배구 때문에 진다는 건 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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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준 총재 "몰빵배구 때문에 진다는 건 핑계"

입력
2012.12.11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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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입에만 팀 사활 거는 용병제 보완할 점 있지만 몰빵배구 이겨야 진짜 프로상말도 해가며 응원해야 스트레스도 풀리는데 총재가 되니 재미 떨어져세계 기준에 갖다 대면 한국 배구 중학교 수준 플랜 갖고 꾸준히 키워야선수들 키도 크고 늘씬해 헤나 등 볼거리 제공하면 관중은 저절로 늘어날 것

"한국배구는 아직 중학교 수준이다. 20~30년 장기적인 플랜을 갖고 발전시켜야 한다"

한국배구연맹(KOVO)을 이끄는 새로운 수장인 구자준(62) LIG손해보험 회장은 가감 없이 자신의 견해를 드러냈다. 한국 배구를 구할 '구원투수'로 낙점된 신임 총재의 입에서 나온 평가라 더욱 흥미로웠다. KOVO는 지난해 10월 이후 1년 여 동안 갈지자 행보를 보였다. 구심점이 없었던 터라 최대 현안인 드림식스 인수건도 좀처럼 해결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달 23일 취임한 신임 총재를 중심으로 미래를 향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6일 서울 강남 역삼동 LIG손해보험 본사에서 만난 구 총재는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는 말처럼 장기적인 안목으로 V리그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인원 적은 종목 몰빵 가능성 커

구 총재는 지난 5일 폭설을 뚫고 수원실내체육관을 찾아갈 만큼 배구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날짜별 전적은 물론이고 각 구단의 전력까지 훤히 꿰고 있는 '빠꼼이'이기도 했다. 그는 "스포츠 관전을 원래부터 좋아한다. 하지만 총재가 되고 나니 조금 불편해졌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스포츠라는 게 자신이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고 상말도 좀 해가면서 봐야지 스트레스가 풀린다. 그런데 총재라는 타이틀을 달고 보니 마냥 좋아하는 팀만을 응원할 수 없어 이전보다 보는 재미가 떨어진 게 사실"이라고 소탈하게 웃었다.

'몰빵배구가 V리그를 지배하고 있다'는 인식에 대해선 심각하게 받아 들였다. 그는 "코트가 작고 인원이 적은 종목은 '몰빵'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걸 타파해야 배구가 발전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용병과의 경기를 통해 국제무대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용병 의존도가 너무 높다고 해서 팀 실력을 키우려는 생각은 안 하고 용병 영입에 목을 매서는 안된다. 용병 제도는 분명 보완할 점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몰빵배구' 때문에 진다고 얘기 한다면 핑계가 아니겠느냐. 이를 이겨야만 배구가 발전할 수 있다"고 다시 한 번 분명하게 정리했다.

저변 확대가 열쇠이자 숙명

배구는 4대 프로 종목 중 인기가 가장 떨어진다. 이를 인지하고 있는 구 총재는 "예전에는 배구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 대한배구협회와 연맹이 현대의 추세에 맞추지 못해 다른 프로 종목에 비해 배구가 주목 받지 못하고 있다"고 수긍했다. 한국 배구는 세계랭킹만 따지면 야구를 제외한 다른 종목을 압도한다. 그는 "랭킹도 배구가 농구에 앞선다. 협회와 연맹이 그 동안 힘을 모으지 못했는데 배구 발전을 위해 한 목소리만 낸다면 따라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배구의 세계랭킹은 남자 22위, 여자 11위로 높은 편이다.

등산 애호가인 구 총재는 한국 배구에 대해 쓴 소리를 거침없이 내뱉기도 했다. 그는 "한국의 등산은 세계 5대 강국이다. 하지만 한국 배구를 세계 기준에 갖다 대면 아직도 멀었다. 이제 중학교 단계라 더 키워야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 배구 발전을 위한 과제로 저변 확대를 꼽았다. 그는 "지금처럼 중ㆍ고교에서 배구를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고무공을 갖고서라도 배구를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일본 프로축구와 미국 여자축구를 예로 든 그는 "미국은 유치원에 여자 축구부가 있다. 어릴 때부터 축구공을 가지고 놀다 보니 올림픽 금메달도 딸 수 있었다"며 "J리그도 이전에는 한국 축구보다 못했는데 장기적인 플랜을 갖고 차분히 준비하다 보니 발전했다. 배구도 20~30년 계획을 갖고 발전시켜야 한다. 이후 다른 총재가 오더라도 이런 장기적인 플랜을 반드시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감한 팬 서비스가 필요해

관중의 '허수'를 꼬집으며 팬 서비스와 마케팅 강화를 약속했다. 구 총재는 "배구는 관중수가 몇 명이고 또 이로 인한 수익이 얼마나 되는지 데이터가 정확하게 나오지 않는다. 유료 관중이 많다는 건 배구의 인기도와 즉결되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팬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과감한 팬 서비스'를 주장했다. "골프 여자 선수들의 경우 귀걸이 목걸이 등으로 멋지게 치장하고 골프도 잘 친다. 배구 선수는 늘씬하고 키도 크기 때문에 보여줄 수 있는 게 더 많다. 팬 서비스 차원에서 1일 문신(헤나) 같은 건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이런 요소들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 팬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LIG손해보험만 잘 하면 배구 인기가 높아질 거라는 분석이 있다'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대통령 굅?얘기를 대뜸 꺼냈다. "'박근혜가 이길까 문재인이 이길까'라는 궁금증을 낳는 대통령 선거처럼 승부도 예측 불허로 가야지 팬들이 즐거워한다. LIG가 KOVO컵도 우승하고 용병도 괜찮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이제 2라운드니까 조금 더 지켜보면 재미있어질 것이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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