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모(30)씨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취업에 성공한 4년차 직장인이다. 사귄 지 3년 된 여자친구가 있지만, 결혼은 1~2년쯤 더 미룰 생각이다. 서울 출신인 정씨는 최근까지도 광진구 부모님 집에서 동거해왔다. 그런데 나이 서른을 넘겨 결혼을 진지하게 고민할 시기가 되자, 부모님 집에 얹혀 지내기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그래서 분가를 결심하고 직장 근처인 삼성동 부근 오피스텔을 알아보는 중이다.
출생지인 경북 예천에서 줄곧 살아온 주모(81) 할머니는 농촌의 전형적인 1인가구다. 그는 26세 때 결혼해 3명의 자녀를 모두 출가시키고 고향에서 남편과 함께 지내왔다. 그런데 2년 전 남편과 사별한 뒤 함께 살자는 자녀들의 청을 뿌리치고 혼자 살고 있다. 친구들과 친인척이 몰려 사는 고향을 떠나기가 싫은 것이다.
우리나라 1인가구가 최근 10년 새 두 배 가까이 급증하며 500만명에 육박했다. 남자는 결혼을 앞둔 28세(17.3%), 여자는 26세(13%)와 79세(36.9%) 1인가구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11일 공개한 '인구주택총조사에서 나타난 1인가구 현황 및 특성'에 따르면 남자의 경우 결혼 직전에 1인가구가 정점을 이루는 단봉(一峰)형, 여자는 결혼 직전 1차 정점에 도달하고 배우자와 사별한 뒤 다시 2차 정점에 오르는 쌍봉(雙峰)형으로 분석됐다. 10년 전 1인가구의 정점은 남자 27세(10.8%), 여자는 1차 정점 24세(7.3%), 2차 정점 75세(26.7%)였다.
2010년 기준 1인가구 수는 414만2,000가구로 남자 192만4,900가구, 여자 221만8,000가구였다. 이는 10년 전 222만4,000가구에 비해 86%나 급증한 것이다. 2012년 통계청의 장래가구추계인 1인가구 453만9,000가구에 비하면 12년 동안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일반가구 대비 1인가구 비율은 2010년 23.9%로 10년 전(15.5%)에 비해 8.4% 증가했다.
1인가구의 교육 정도는 대학 이상(중퇴 포함) 153만9,000가구(37.2%), 고등학교 110만 가구(26.6%), 중학교 39만4,000가구(9.5%)), 초등학교 64만가구(15.4%), '다니지 않음'46만9,000가구(11.3%)로 조사됐다. 35세 이하는 주로 대학 이상이었고 65∼74세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거나 학교를 다니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한편 자식들이 취업, 결혼 등으로 출가하면서 남자 43세, 여자 40세 이후부터 3ㆍ4인 가구가 감소하고 부부만 남는 '빈 둥지' 가구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은 남자 76세(56.3%), 여자 64세(44.8%)까지 지속됐는데 주 요인은 배우자와의 사별이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사회가 핵가족화하고 젊은 층의 취업과 결혼이 늦어지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1인가구가 급속히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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