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잭슨 감독 '호빗'
영화사 최초 1초당 48프레임… 더욱 선명해진 3D 화질 황홀
젊어진 골룸 만나는 재미 쏠쏠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
휴 잭맨·러셀 크로·앤 해서웨이 등 연기하며 노래 라이브 녹음
무대선 볼 수 없는 디테일도 압권
리안 감독 '라이프 오브 파이'
배 침몰 기적생존 구명보트 위 소년… 호랑이와 함께 한 227일간의 여정
경이롭고 생생하게 펼쳐내
할리우드 대작들로 올 겨울 극장가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반지의 제왕' 후속편인 '호빗: 뜻밖의 여정'의 13일 개봉을 필두로 초대형 뮤지컬 영화인 '레미제라블', 호랑이와 소년의 동행을 담은 '라이프 오브 파이' 등이 잇달아 찾아온다. 혁명적 신기술의 볼거리, 탄탄한 예술적 완성도, 상상하기 힘든 독특한 소재 등을 들고나온 이들 영화들이 산타의 선물보다 더 연말을 설레게 한다.
'호빗: 뜻밖의 여정'
피터 잭슨 감독의 '호빗'은 '반지의 제왕'에서 60년 전으로 거슬러 오르는 이야기다. '호빗'이 가장 주목받는 이유는 이 영화에 1초당 48프레임이라는 혁명적인 초고속 프레임(HFRㆍHigh Frame Rate) 기술이 처음 적용, 더욱 선명한 화질을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이 영화 한 편 때문에 극장들은 HFR 시스템 구축 전쟁을 펼쳐야 했다. CGV가 77개관에, 롯데시네마는 45개관에 서둘러 HFR시설을 갖췄다.
'호빗'의 주인공은 '반지의 제왕'에서 프로도의 삼촌으로 등장했던 빌보 배긴스다. 60년 젊어진 빌보(마틴 프리먼)가 마법사 간달프(이안 매컬린)의 지목을 받아 잃어버린 왕국을 되찾기 위해 떠나는 난쟁이들의 원정에 합류한다.
영화에선 젊어진 골룸을 만나는 재미가 있다. 팽팽한 피부를 지닌 골룸에게서 '슈렉'의 장화 신은 고양이 같은 순진무구한 눈빛을 만날 수 있다. 조금 늘어지는 듯한 이야기 전개와 '반지의 제왕'에서의 프로도(엘리야 우드)나 레골라스(올랜드 블룸) 같은 파릇파릇한 매력을 지닌 캐릭터가 없는 것은 아쉬움이다.
'레미제라블'
뮤지컬의 거장 카메론 매킨토시가 만든 뮤지컬 영화로 19일 국내 개봉된다. '킹스 스피치'의 톰 후퍼가 감독했다.
빵 한 조각을 훔치다 19년 옥살이를 한 장발장의 이야기를 모르는 이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하지만 영화는 놀라운 스케일과 화려한 캐스팅으로 한층 뛰어난 '레미제라블'을 탄생시켰다. 장발장의 휴 잭맨과 자베르 경감의 러셀 크로는 누가 더 깊은 고뇌를 보여줄까 경쟁하듯 관객을 몰입시킨다. 판틴을 맡은 앤 해서웨이는 운명의 처절한 슬픔을 처연한 노래로 더욱 증폭시킨다. 단 코제트(아만드 사이프리드)와 마리우스(에디 레드메인)가 첫눈에 빠진 사랑이 너무 단순하게 표현돼 극의 후반을 이끌어갈 둘의 러브라인이 설득력을 잃고 있다.
뮤지컬의 좁은 무대에선 보여줄 수 없는 거대한 스케일이 영화의 몰입을 배가시켰다. 또 여느 뮤지컬 영화와 달리 모든 노래는 립싱크가 아닌 라이브로 녹음됐다. 배우들은 원래의 음이나 리듬보다 즉흥적 감정 몰입에 충실해 더욱 깊은 감정을 쏟아낼 수 있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극장 그 어떤 좋은 자리에서 이처럼 디테일하게 배우의 표정을 읽고 그들의 숨결을 들으며 '레미제라블'을 감상할 수 있겠는가.
'라이프 오브 파이'
영국의 문학상인 부커상을 수상한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가 원작이다. 망망대해의 좁은 구명 보트에서 호랑이와 함께 남게 된 소년이 겪는 227일간의 놀라운 여정을 담았다. 리안 감독은 대부분의 이야기가 바다에서 진행되고, 벵골 호랑이를 주연으로 써야 한다는 어려움을 딛고 추상적인 원작의 의미를 살려가며 3D의 황홀한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인도에서 동물원을 운영하던 파이 가족은 캐나다로 이민을 준비한다. 동물을 싣고 떠난 화물선이 폭풍우에 침몰하고 가까스로 구명 보트에 탄 파이만 목숨을 건진다. 구명보트에는 다리를 다친 얼룩말과 굶주린 하이에나, 바나나 뭉치를 타고 도망친 오랑우탄과 함께 리처드 파커란 이름의 벵갈 호랑이가 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 동물들은 결국 호랑이에 제압되고 보트엔 파이와 리처드 파커만 남게 된다.
11월말 미국에서 먼저 개봉된 이 영화는 현지 평단의 높은 평점을 받았고 인기리에 상영 중이다. 국내 개봉은 1월 3일.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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