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예산 삭감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미국 군대가 비만 군인들을 퇴출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1일 체력 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아 전역하는 미군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10월까지 비만 등의 이유로 군복을 벗은 육군은 1,625명으로 2007년에 비해 15배 증가했다.
부적합 판정의 주요 원인은 비만이다. 2010년 과체중 진단을 받은 미군은 8만6,186명으로 전체 미군의 5.3%를 차지했다. 8만6,186명은 1998년에 비해 세 배 증가한 수치다. 레슬리 헐라이드 국방부 대변인은 “군대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임무를 수행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며 “군인의 체격과 건강은 국가 안보의 중요 문제”라고 말했다.
미군이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며 비만 군인 등을 솎아내는 것은 국방예산 삭감에 따라 인력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육군은 2017년까지 현역 군인을 57만명에서 49만명으로 감축할 예정이다. 이라크전쟁을 마무리하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을 준비하는 것도 부적격 군인 퇴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스튜 스미스 전 미국해군특전단(네이비실) 대원은 “병력을 계속 충원해야 하는 전시에는 체력이 문제가 되지 않지만 군대를 줄일 때는 중요해진다”고 밝혔다. 1991년 이라크전쟁이 끝난 후에도 수천명이 비만 때문에 전역을 해야 했다.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군대를 떠나는 군인은 불만을 터트린다. 체력 검사가 음식 섭취량은 늘고 운동량은 줄어드는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군 체력 검사는 키와 몸무게에 따른 비만도 측정과 팔굽혀펴기, 달리기 등의 기록 측정으로 이뤄진다. 비만도 측정에서는 21~27세에 키가 177.8㎝인 남성 군인이 몸무게가 83.9㎏을 넘으면 과체중으로 분류된다. 팔굽혀펴기의 경우 22~26세 남성 군인이 2분 동안 40개 이상을 해야 통과할 수 있다.
부상 등으로 불가피하게 살이 쪘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한 미군의 어머니는 군사법원 전문 변호사 블로그에 “이라크에서 무릎을 다친 아들이 비만 때문에 군에서 쫓겨났다”고 썼다. 한 미군은 “의사가 살이 찌지 않는다고 장담했지만 우울증 약을 복용하면서 몸무게가 늘었다”고 밝혔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