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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음악의 길] <4> 전통가곡 이수자 박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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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음악의 길] <4> 전통가곡 이수자 박민희

입력
2012.12.11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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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곡 하면 흔히 슈베르트 가곡이나 '선구자' 같은 노래를 떠올리지만 한국 전통음악에도 가곡이 있다. 전통가곡은 조촐한 관현악 반주로 시조를 5장 형식에 얹어 부르는 성악 양식이다.

전통가곡를 부르는 박민희(29)씨는 전통이 시류에 포박된 지금, 전통 양식 그 자체로 들어갔다 나오는 길을 택했다. 전통가곡은 예술성이 매우 높을 뿐 아니라 대단히 엄격한 형식이다. 그는 그러나 거기서 자유를 찾아냈다. 가곡 예능보유자 김영기를 사사한 이수자이지만, 스스로를 "무조성ㆍ무박자의 현대음악가"라고 즐겨 소개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지난 달 한 예술관 개관을 축하하는 공연에서 그는 컴퓨터 음향에 맞춰 전통가곡 '이수대엽'의 형식에 자신이 꾼 꿈에 관한 시를 얹은 신작 '아가처럼'을 노래했다. DJ 출신의 기타리스트와 베이시스트, 드러머가 함께한 무대였다. 속삭이듯 흐느끼는 그의 목소리에 때로 음향 조작도 가해졌다. 이수대엽은 전통가곡 중에도 가장 느린 곡으로 보통 '버들은 실이 되고 꾀꼬리는 북이 되어'로 시작하는 시조를 가사로 쓴다. 오래된 옛형식에 새로운 가사와 현대 악기들을 결합해 새 음악을 만든 것이다.

지난 10월은 베를린 페스티벌의 부름에 답했다. 설치미술 작가 이수경의 작업이 펼쳐지던 한 시간 내내 그는 무반주로 가곡을 불렀다. 전위적 예술을 진지하게 다루는 축제라 한번 꼭 가보고 싶었던 자리였다. 내년은 LA한인회에서 주최하는 전통가곡 공연이 잡혀 있다.

국악고_서울대 국악과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풍류 즐기던 부친 박희준씨의 손을 잡고 중학생 때, 어른도 힘들다는 시조창으로 국악에 입문했다. 이후 그는 가곡 예능보유자 김영기, 현대무용가 안은미라는 두 기둥 사이를 유영하고 있다. 안씨와는 2006년 무용극'바리'의 오디션장을 직접 찾아가면서 인연을 맺었다. 오디션에서 전통가곡과 요즘 인기 가요를 섞어 불러 좌중을 압도한 그는 뒤풀이에 초대돼 댄스곡까지 불렀다. 이후 '바리'무대에 한 번도 빠진 적 없다.

"움직임, 목소리, 텍스트, 사람, 공간, 빛, 그런 모든 것들이 가곡의 재료가 되는 '시'라고나 할까요." 정통과 실험을 '과격하게' 병행하는 그는 자신의 예술을 그렇게 정의한다. "스스로 옳다고 믿는 걸 하는 게 정말 중요하죠."어느새 인생론이 된다.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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