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을 땐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만 같고 아무 할 일도 없었어요. 하지만 요즘은 아침에 눈을 뜨는 게 행복합니다.”
평생 전업주부로 살았던 서태석(70ㆍ경기 용인시)씨는 지난해 12월 남편과 사별 후 미용기술을 배우기 시작해 8개월 만인 6일 미용사 자격증을 땄다. 최고령 합격자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미용사 자격증의 평균 합격연령은 29세.
시험 준비는 쉽지 않았다. 수 십년 만에 글자를 읽으며 필기시험을 준비하려니 눈이 침침해 수험서도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남들보다 나이가 많으니 오래 끌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공부에 집중했고, 한 번 만에 시험에 붙었다. 문제는 실기시험. 오랜 살림으로 손 마디가 굵어져 손에 머리카락이 잘 잡히지 않았다. 파마롤 59개를 35분 안에 말아야 하지만 손이 따라주질 않았다. 파마롤 2, 3개를 남겨두고 파마를 완성하지 못해 시험에 떨어졌고, 손이 빨라져 파마를 다 말았지만 파마모양이 삐죽삐죽 예쁘지 않아 또 시험에 떨어졌다. 남보다 더 연습하는 수밖에 없었다. 다른 학원생들은 오전반 혹은 오후반에서 하루 2, 3시간 정도 연습했지만, 서씨는 오전 10시에 미용학원에 나가 싸 간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으며 오후 5시까지 꼬박 7시간 동안 연습에 매달렸다. 그렇게 연습하고 나면 손발이 저렸지만 저녁에 집에 와서 또 가발을 놓고 파마 말기 연습을 반복했다. 이런 열성으로 4번째 도전한 실기시험에서 71점의 높은 점수로 합격했다.
서씨는 “작은 미용실 하나 차려 어려운 분들에게는 무료로 머리를 해드리고 노인들이 쉴 수 있는 작은 사랑방처럼 만들 생각”이라며 “미용기술 훈련이 내 삶에 새로운 희망을 주었듯 다른 노인들도 자포자기 하지 말고 어느 분야든지 도전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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