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품에 안겨 젖을 빨고 옹알이를 해야 할 생후 6개월의 한국 국적 영아가 미국으로 입양된 절차상 문제로 한·미 정부간 소송에 휘말렸다. 양부모와 격리, 반환을 거듭하고 있는 아이는 양부모에게 돌아갈지, 다시 태평양을 건너올지 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11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미혼모인 김모씨는 지난 2월 임신한 채 경남 통영의 한 미혼모자공동시설에 입소했다. 이미 딸 하나를 둔 김씨는 홀로 두 아이를 기를 수 없다고 생각, 뱃속 아이에 대한 권리를 시설장에게 위임했다. 시설장 이모씨는 한국인 아이를 입양한 전력이 있는 40대 후반의 부유한 미국인 A씨 부부에게 입양시키기로 했고, 부유한 양부모에게 아이를 맡기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 A씨는 친권포기 각서를 썼다. 6월 10일 출생한 김모양은 생후 18일째인 같은 달 28일 A씨 부부의 품에 안겨 미국 시카고로 입국했다. A씨 부부는 입양절차와 관련해 서울의 한 법무법인으로부터 자문을 받았다고 한다.
문제가 생긴 것은 지난 10월말. A씨 부부는 일리노이주 법원으로부터 김양의 양육권을 인정받긴 했지만, 정식 비자가 없어 의심을 샀다. 미 국토부는 김양이 비자면제프로그램(VWP)이 유효한 3개월을 초과한데다, '입양을 통한 이민비자(IR3)' 없이 입국한 것을 파악, 아이를 A씨 부부와 격리시켰다. 미 국토부는 지난달 중순 주한 미대사관을 통해 입양의 불법성 여부에 대한 유권해석을 의뢰했고, 복지부는 '불법입양'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입양특례법에 따라 홀트아동회와 같은 전문입양기관의 알선을 통해 해외입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시설장 이모씨를 불법 해외입양을 알선한 혐의로, A씨 부부는 형법상 미성년자 약취유인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낳자 마자 생모가 여권을 신청하는 등 기획된 입양일 가능성이 높다. 금전적 거래도 의심돼 고발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그 사이 미국에서는 A씨 부부가 미 국토부를 상대로 아동반환 소송을 연방법원에 제기, 지난달 23일 일단 아이를 돌려받은 채 재판을 진행 중이다. 10일(현지시간) 연방법원 심리에는 우리 복지부 관계자가 출석, "불법 입양이므로 아이를 한국에 돌려보내야 한다"는 입장을 직접 밝히기도 했다. 또 11일 우리 정부는 애초에 A씨 부부의 양육권을 인정한 일리노이주 법원의 결정이 부당하다며 양육권 취소 소송도 걸었다. 복지부는 재판에서 승소해 김양이 귀국할 경우, 김양을 맡아 기를 국내 양육가정을 지정해 둔 상태다.
반면 복지부로부터 고발당한 시설장 이모씨 측은 "억울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씨의 변호인인 김명주 변호사는 "아이가 버려지거나 시설에 맡겨진 상태가 아니라 김양을 요(要)보호 아동으로 볼 수 없어 불법입양이 아니다"고 밝혔다. 부모가 양육할 능력이 없는 요보호 아동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기관을 거치지 않고 개인적인 입양이 허용돼 있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A씨 부부도 집을 팔아 이씨의 변호사 비용까지 지원해주고 있다"며 "복지부의 강경한 조치가 생모, 양부모의 인권을 오히려 유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통영=이동렬기자 dylee@hk.co.kr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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