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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12월 12일] 누가 당선되든 경제는 투 트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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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12월 12일] 누가 당선되든 경제는 투 트랙이다

입력
2012.12.11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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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좋을 때 집권하는 대통령과 경기가 나쁠 때 집권하는 대통령 가운데 누가 더 운 좋은 대통령일까. 언뜻 생각해도 '불황 대통령'보다는 당연히 '호황 대통령'이 나아 보이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게 과거의 경험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경제가 가장 어려울 때 시작하면 앞으로 나아질 일만 남지만, 경기가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 출범하면 필연적으로 악화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이후 4개 정권을 비교해보면, 이런 가설은 어느 정도 사실로 입증된다. 김영삼 정부가 출범한 1993년 초는 경기가 저점을 찍고 막 올라가던 시점이었다. 그냥 둬도 경제는 자연스럽게 살아날 터였는데, YS정부는 화끈한 경기 부양책(신경제 100일 계획)을 쏟아냈고 경기 상승 속도엔 가속이 붙었다. 결국 나중에 과열의 부메랑이 되돌아오긴 했지만, 경기가 살아나는 시기에 후련한 개혁 조치(하나회 해체, 금융실명제)까지 더해지면서 최소한 집권 초기 YS정권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정반대 케이스는 이명박정부다. 대통령에 당선돼 정부 출범 준비에 한창이던 2008년 1월은 순환곡선상 경기가 피크에 도달했던 시기다. 정점이 지난 후 경기의 궤도는 하향 곡선뿐. 더구나 그 해 가을 미국발 금융 위기가 터지면서 경제는 걷잡을 수 없이 곤두박질쳤다. 촛불시위,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 등 애초 민심이반의 재료들이 많긴 했지만, 만약 경제가 살아나는 시기였다면 MB정부의 인기가 집권 초부터 이렇게까지 추락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는 경기 하강 국면의 끝물에 탄생했다. DJ정부는 외환위기 와중에, 노무현정부는 카드 대란의 뇌관을 안고 각각 출범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집권 후 반년 이내에 경기는 바닥에 도달했고, 이후부터 상승 궤도에 진입하게 됐다. 다만 DJ정부는 환란으로 골(하락)이 깊었던 만큼 산(회복)도 높았던 반면, 노무현정부는 비교적 완만한 하강이었던 탓에 상승도 완만했다.

이제 꼭 일주일 후 18대 대통령 선거를 통해 탄생할 새 정부는 경기사이클로만 보면, DJ정부나 노무현정부에 가깝다. 정권 출범 시기가 경기 하강 국면이란 점에서다. 최근 나오고 있는 경제지표들을 읽어 보면 경기 수축 흐름이 내년 초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커 새 정부는 DJ정부나 노무현정부의 시작 때와 비슷한 여건이 될 공산이 크다.

경기가 아직 바닥이 아니란 건 앞으로 더 나빠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경제가 어려워져 서민들의 아우성이 쏟아지는데, 과연 당해낼 정부가 있을까. '박근혜정부'가 됐든 '문재인정부'가 됐든 이런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정책수단의 폭은 그다지 넓지 않을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누가 집권을 하든, DJ정부 초반 상황을 되새겨봤으면 한다. DJ정부 집권초는 금융 재벌 노동 공공 등 거의 모든 경제 분야에서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강도 높고 심도 깊은 구조개혁이 단행됐던 시기다. 줄이고 조이고 깎는 고통의 개혁이 이뤄졌다.

하지만 주목할 건 거시정책만큼은 철저히 '부양'기조로 갔다는 사실이다. 구조개혁에 관한 한 IMF측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지만, 금융ㆍ재정정책만큼은 긴축 압력을(처음엔 받아들이다가) 결국 거부했다. 만약 곳곳에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진행되는데, 재정과 금리마저 조였다면 과연 숨이나 쉴 수 있었을까. 1998년 DJ정부의 구조개혁이 비교적 성공할 수 있었던 건, 거시정책의 완화 기조가 그나마 뒷받침됐기 때문이었다.

박근혜식 시장개혁이 되든, 문재인식 재벌개혁이 되든 새 정부의 화두는 누가 뭐래도 경제민주화다. 하지만 한쪽을 조일 요량이라면, 다른 쪽은 풀어줘야 한다. 그래야 개혁도 추진동력이 붙는다. 경제민주화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거시정책 기조는 지금보다 훨씬 부양쪽으로 가야 한다. 경제민주화와 경제활성화, 투 트랙 전략이 정답이다.

이성철 산업부장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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