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가 일동제약의 지분을 매입,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시장에선 국내 3위권 제약사인 녹십자가 일동제약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녹십자가 일동제약을 인수할 경우, 동아제약을 제치고 매출 규모 1조원대인 업계 1위로 도약한다.
녹십자는 장외 거래로 일동제약 지분 177만주를 추가로 매입, 지분율을 종전 8.28%에서 15.35%로 늘렸다고 10일 공시했다. 이에 따라 녹십자는 윤원영 일동제약 회장 외 특수관계인 지분(27.19%)에 이어 2대 주주로, 단일 주주로는 최대 주주가 됐다.
녹십자는 이에 대해 "일동제약의 경영권과는 무관한 장기적인 투자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선 일동제약 경영진의 취약한 지분 구조를 감안할 때,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조순태 녹십자 사장도 최근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인수ㆍ합병을 전향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윤 회장 측 외에 주요 주주로 등재돼 있는 개인투자자 이호찬씨(12.57%)와 안희태씨(9.85%), 기관인 피델리티(9.99%) 측 지분은 총32.41%로 윤 회장 측보다 5.22%포인트 많은 상황. 이들은 그간 주주총회에서 경영 참여를 요구하며 윤 회장 측을 압박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혈액 제제와 백신 비중이 높은 녹십자가 제품군이 겹치지 않는 일동제약을 인수할 경우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다. 녹십자가 현 경영진과 대립하는 세력을 우호 지분으로 확보한다면 경영권 확보에 큰 어려움이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주주간 연합에 따라 내년 3월 주총을 계기로 일동제약의 경영권이 교체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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