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최초로 휴대폰을 소개한 모토로라가 한국 내 휴대폰 사업을 접는다. 노키아를 시작으로, 블랙베리, HTC, 그리고 모토로라까지 철수함에 따라 국내에는 애플을 제외하고 외산 휴대폰업체들이 모두 사라지게 됐다. '한국은 외산 휴대폰의 무덤'이란 얘기가 사실로 입증되고 있는 셈이다.
모토로라코리아는 한국 내 휴대폰 사업에서 내년 2월 말 철수한다고 10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모토로라는 더 이상 국내에서 휴대폰 신제품을 내놓지 않는다. 애프터서비스 및 고객상담만 계속 할 방침이다. 모토로라코리아 관계자는 "국내에 AS조직과 고객상담센터를 지속 운영하며 1명의 고객이라도 있으면 끝까지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모토로라는 국내에서 진행 중인 ▦휴대폰 ▦무전기 ▦케이블방송 장비 사업 중에 나머지 무전기와 케이블 방송 사업은 계속 할 예정이다. 여기 맞춰 국내 직원 500명 가운데 연구 개발 인력의 10%인 30명 가량은 미국 본사에서 근무할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나머지 직원들에게는 사내 취업센터를 통해 재취업 기회를 마련하기로 했다.
올해로 국내 진출한 지 45년 된 모토로라는 국내 산업에서 상징성이 큰 기업. 모토로라는 1967년 처음 한국에 들어올 때 국내에 최초로 반도체 공장을 설립했다. 이후 '삐삐'로 알려진 무선호출기 사업으로 통신사업에 발을 디뎠고, 1988년 '다이나텍'이라는 상표로 국내에 휴대폰을 최초로 소개했다.
그러나 전세계적인 히트폰인 '레이저'이후 이렇다 할 인기 제품이 나오지 않아 내리막길을 걸었다. 특히 스마트폰 대응에 실패하면서, 결국 구글에 인수되는 굴욕을 겪었다. 구글 인수 이후 미국 본사가 8월부터 전세계에 걸쳐 해외법인 3분의1을 정리하는 구조조정을 실시하며 국내 사업철수도 어느 정도 예견됐다. 이를 통해 4,000명이 감원될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중 2,700명이 해외법인에서 정리해고 된다.
모토로라의 철수로 국내 휴대폰 시장에는 외산브랜드로는 애플만 홀로 남게 됐다. 대만업체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꽤 선전해온 HTC도 결국 지난 7월에 국내 사업을 접고 철수했다. 블랙베리로 유명한 캐나다의 리서치인모션(RIM)은 지난 3월 본사가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발표한 뒤 국내에서 거의 영업이 중단된 상태다. 노키아도 KT를 통해 한때 제품을 판매했지만 현재는 중단된 상태다.
외산 브랜드들이 유독 우리나라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두 가지. 우선 세계 최강 삼성전자를 비롯해 LG전자, 팬택 등 경쟁력 있는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국내에 3개나 있다 보니 외산 업체들은 설 땅이 없다는 것이다.
또 하나 이유는 치열한 보조금 경쟁. 전세계적으로 한국시장은 보조금 체계가 가장 복잡하고 음성적 보조금 경쟁도 치열해 유통망이 약한 외산 업체들은 이를 감당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워낙 국내 휴대폰 경쟁환경이 거칠고 삼성전자 애플 등 특정제품에 쏠림 현상이 심해 다른 외산 휴대폰업체들이 좀처럼 성공하기 힘들다"며 "앞으로도 애플 말고는 버틸 수 있는 곳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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