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를 위한 별도 디자인과 서비스가 제공되는 품격 있는 카드입니다."
지금은 종적을 감췄지만 한때 연예인만을 위한 신용카드가 큰 인기를 끌었다. 이름하여 'TV ACTORS 포토카드'. 외환카드가 1993년 한국방송연기자협회와 제휴해 만든 이 카드는 연기자의 사진이 인쇄돼 있어 신분증 대용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탤런트 카드', '의사 카드' 등 특정 직업인 대상의 카드와 서울대, 연ㆍ고대 등의 동문회 카드가 각광 받던 시절이 있었다. 신분 과시용이나 애교심(사용금액의 일부를 대학발전기금으로 적립)을 드러내기에 적합하고 일반카드에 비해 혜택도 많았기 때문이다. 문학인, 화가, 음악가 등이 문화예술 도구 등을 판매하는 가맹점에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예술인 카드'가 유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카드는 개인에게 다양한 혜택이 돌아가는 신종 카드가 속속 출시되면서 더 이상 주목을 끌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고 있다.
1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외환카드의 탤런트 카드는 90년대 중반만 해도 한국방송연기자협회 회원 4명 중 1명 꼴인 270명이 발급받을 만큼 인기가 있었지만 2003년 7월부로 발급이 중단됐다. KB국민카드가 선보인 의사 카드와 서울대동문회 카드도 한때 2만~3만좌에 육박할 정도로 불티나게 발급됐지만, 지금은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상태다.
삼성카드에서 발급한 의사 카드 역시 현재 1,000장도 채 남지 않았다. 박사, 약사,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 전문직을 대상으로 한 카드도 많았지만, 지금은 신한카드가 대한변호사협회와 제휴한 카드 정도만 남아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각종 전문직 및 동문회 카드가 인기를 찌를 때에는 30종 가량의 카드 상품이 나왔지만 지금은 9종만 남은 상태"라고 전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도 "동문회 카드가 계속 줄어들어 현재 8개 학교만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카드의 인기가 수그러든 이유는 무엇보다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출신 대학이나 소속 협회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자신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카드를 선호하게 된 것이다. 각종 직업인 카드와 동문회카드는 사용금액의 0,1%를 불우이웃돕기에 기부하거나 학교발전기금으로 적립해주는 게 일반적이다.
이보우 단국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과거 신분카드는 지금의 VVIP카드처럼 발급 자체가 어려웠고 각종 우대 혜택이 있어 상류층을 드러낼 수 있는 표상이었다"며 "하지만 소액기부를 통해 불우이웃을 돕거나 학교발전에 기여하는 게 피부에 와 닿지 않을뿐더러, 개인에게 각종 혜택을 주는 카드들이 쏟아져나오면서 자연스레 도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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