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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12월 11일] 박근혜와 국민대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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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12월 11일] 박근혜와 국민대통합

입력
2012.12.1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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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대선 민주당 후보였던 정동영 전 의원은 한 동안 여론조사에서 '가장 싫어하는 정치인' 순위 1위를 기록했다. 거기엔 '배신의 정치'이미지 등 여러 요인이 작용했겠으나 나는 지난 대선 1차 TV토론 영향이 가장 컸다고 생각한다. 토론 모두발언에서 정 후보는 "탈세 위장전입 각종 거짓말 의혹에 휩싸인 후보와 나란히 앉아 TV토론 한다는 게 창피스럽다"고 이명박 후보를 거칠게 몰아붙였다. 검찰의 BBK 수사와 관련해서는 "검찰은 이 후보를 세탁해 주려고 했는지 모르나 부패한 후보라는 사실은 변함 없다"고 날을 세웠다.

면전서 호된 공격을 당한 이명박 후보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어쩔 줄 몰라 했다. 토론을 시청하던 이 후보 지지자들도 마치 자신이 공격 당한 것처럼 심한 모욕감을 느꼈을 것이다. 당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 지지도가 50%를 넘나들 때였다. 많은 사람들에게 그 때의 모욕감이 오랫동안 트라우마로 남아 '가장 싫어하는 정치인'하면 정 전 의원을 꼽게 되었을 것이다.

4일 이번 대선 1차 TV토론에서는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대놓고 면박을 주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그 장면을 보고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그날 밤 하도 화가 나서 잠을 못 잤다고 하는 이들까지 있다. 한때 진보진영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이 후보는 지난 총선 때 비례대표후보 경선부정 논란 책임에 이어 지난번 토론의 '악바리'면모로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의 생각은 달랐다. '누가 TV 토론을 잘했다고 보는지'를 물은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는 20~25%를 기록했다. 박 후보보다는 낮았지만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앞질렀다. 박 후보와 문 후보 중 누가 잘했느냐는 질문에는 30% 대 50% 정도로 문 후보가 우세했다. 야당 지지성향 응답자 가운데 상당수가 이 후보에게 점수를 줬다는 뜻이다.

박 후보에게 인신공격에 가까운 신랄한 공격을 퍼부었음에도 이 후보 손을 들어준 20~25%는 강력한 박근혜 반대 세력이라고 할 수 있다. 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국민 네다섯 명 중 하나에 해당하는 그 세력을 껴안을 수 있을까. 국민대통합을 대선 최대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박 후보다. 안티 세력도 국민인 만큼 당연히 통합의 대상이다.

하지만 국민대통합, 대탕평 인사 등의 구호와는 달리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분열과 네거티브의 수위가 올라가는 박 후보의 발언을 보면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참여정부가 "집권하자마자 호남의 뿌리였던 정통 야당을 없애버리고 분열과 갈등의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는 호남 유세 발언은 지역감정에 기댄 감이 다분하다. 호남뿌리 야당을 지역정당이라고 비난 할 땐 언제인데 하는 생각도 든다.

당선 되면 세대와 이념, 지역을 대표하는 인사들을 참여시켜 '국정쇄신정책회의'를 꾸리겠다고도 한다. 다양한 성향과 이력을 가진 정치인들의 입당과 지지를 끌어내기도 했다. 그런데 다양한 세력이 참여하는 야권연대에 대해서는 "생각과 이념, 목표가 다른 사람들이 오직 정권을 잡기 위해 모인 구태정치"라고 힐난한다. 안철수씨의 재등장으로 막판 판세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무슨 말인들 못하겠느냐는 생각도 들기는 한다.

오랫동안 신뢰와 원칙을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로 삼고자 했던 박 후보여서 뭔가 다르기를 기대한다면 순진한 것인가. '스트롱 맨(strong man)'의 딸이 대통령이 되면 과거와 같은 권위주의가 부활하지 않을까 막연한 두려움을 갖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지난 TV에서 이정희 후보 편을 든 20~25%도 그들일 것이다.

후보가 직접 나서는 네거티브 공격이 같은 편의 정서 관리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당선에 필요한 몇 %를 끌어들이는 데는 별 효과가 없다. 구호만으로는 국민대통합이 이뤄지질 수 없다. 흔들림 없는 신뢰와 원칙으로 그 진정성을 뒷받침해야 한다.

이계성 수석논술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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