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일본인 교수, 한국인 남편과 윤동주 시낭송으로 우수상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일본인 교수, 한국인 남편과 윤동주 시낭송으로 우수상

입력
2012.12.10 12:07
0 0

“윤동주 시인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그의 시를 낭송했어요.”

일본인으로서 항일 시인의 시를 낭송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7일 한국시인협회가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본사에서 진행한 ‘전국 시 낭송 경연대회’에서 김영동(60) 경기대 무역학과 외래교수와 일본인 부인 마스부치 하루미(64) 서경대 인문과학대 국제비즈니스어학부 일어전공 교수가 합동낭송에 나섰다. 부부는 윤 시인의 ‘별 헤는 밤’을 낭송해 우수상을 받았다.

일본에서 일본 고전문학을 전공하며 한국 문학에도 조예가 깊은 마스부치씨는 “후쿠오카에서 29세라는 젊은 나이에 짧은 생을 마감한 윤 시인에게 사죄하는 심정으로 시를 낭송했다”며 “이 시를 듣고 그도 기뻐했으면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남편 김씨도 “아내는‘별 헤는 밤’을 낭송하면서 눈시울을 적셨을 만큼 윤 시인의 시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고 했다.

부부가 시 낭송에 취미를 붙인 건 남편의 공이 컸다. 그가 6년 전 전통가곡을 배우면서부터다. 특히 그는 전통가곡 중 반주에 맞춰 느긋하게 읊조리며 쉬운 성악곡으로 통하는 시조를 배우면서 시 낭송에도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던 중 김씨는 지난해 ‘지리산전국 시 낭송 대회’에 참가해 대상을 수상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그가 시를 접하고 낭송할 때 마스부치씨도 늘 곁을 지켰다. 이들은 올초부터 ‘천복 시 낭송 축제’, 충북 진천의 ‘조명희 전국 시 낭송대회’ 등에 나란히 섰다. ‘부부 시 낭송인’이라는 닉네임도 붙여졌다. 9월에 열린 ‘조명희 전국 시 낭송대회’에선 오세영 시인의 시‘독도에게’를 합동 낭송해 금상을 받기도 했다.

“아내는 독도를 두고 ‘진정으로 그것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것’이라고 해요. 독도를 마음 깊이 사랑하는 나라는 한국이라고 하고요. 한국과 그 문화를 사랑하는 아내에게 감동하고 있지요.”

두 사람은 내년에도 시에 푹 빠져 지낼 계획이다. 매년 5월 연세대 윤동주기념사업회가 여는 ‘윤동주 시 낭송회’와 국내 시 낭송대회 중 손꼽히는 ‘재능 시 낭송대회’ 등에 참가할 생각이다. 김씨는 “우리 부부는 ‘윤동주 시 낭송회’를 기다리고 있어요. 아내가 윤 시인의 시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죠. 아름다운 시 앞에선 계층이나 나라, 인종간의 경계는 의미가 없습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