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문명의 발달과 수학의 발달은 함께 했다. 수학의 가장 기본인 수는 어떻게 변해왔을까.
아프리카의 일부 부족은 2진법을 기본으로 하는 수를 쓰고 있다. 그들이 사용하는 2진법은 쉽게 말하면 "둘, 넷, 여섯, 여덟, 열"과 같이 수를 세는 방법이다. 1을 '아'라고 하고, 2는 '우아'라고 한다면, 다른 수는 이 둘을 더해 표현할 수 있다. 3은 '우아 아', 4는 '우아 우아', 5는 '우아 우아 아'와 같은 식이다.
이런 방법으로 20을 센다고 해보자. 옆에서 듣는 사람이 매우 피곤할 것이다. 이 부족은 5를 넘어가는 수들은 "많다"고 이야기한다. 이들의 수가 발달하지 못한 이유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이다.
반면, 우리 주위의 수는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계속 변하고 있다. 는 양을 나타내는 단위에 붙이는 접두어이다. ㎞, ㎝, ㎜, ㎏, ㎗ 등은 길이, 무게, 부피에 사용되는 예이다. 일부를 제외한 접두어는 생활과는 동떨어진 수학, 과학 시간에나 만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테라(T), 기가(G)는 많이 사용되고 있고 머지 않아 더 큰 단위인 페타(P·1015)도 일상생활에서 사용될 것이다.
1990년대 중반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건축학개론'을 보면 주인공의 선배가 컴퓨터 하드디스크 용량이 1기가라고 자랑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긴 그로부터 10년 전에는 하드랄 것도 없이 고작 10메가도 안 되는 용량의 플로피 디스크를 사용했으니 무려 1기가짜리 하드 디스크를 장착한 선배는 자랑할만하다. 하지만 지금은 휴대폰에 들어가는 손톱 크기의 외장메모리도 128기가 즉 선배 컴퓨터 128대에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컴퓨터의 데이터 양을 나타내는 단위는 2진법을 따르고 있어서 10진법과 다르다. 1비트(bit)가 컴퓨터의 최소 데이터 양이고 8비트를 1바이트(byte)로, 1,024바이트를 1킬로바이트(Kbyte)로 나타낸다. K가 10진법에서 1,000배라면 2진법에서는 1,024배로 210배이다. 1메가바이트(Mbyte)는 220바이트, 1기가바이트(Gbyte)는 230바이트, 1테라바이트(Tbyte)는 240바이트를 나타내니 기술의 발달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를 알 수 있다.
초등학교 수학 4학년 과정의 첫 단원은 '큰 수'이다. 태양계의 거리를 예로 들고 억, 조를 배우면서 큰 돈의 계산을 소재로 공부를 하기도 한다. 생활과 먼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억, 조가 사실은 컴퓨터에서 늘 사용하는 숫자다.
천종현 소마사고력수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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