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이 15개월 만에 1,080원 밑으로 떨어졌다. 외환당국이 최근 한 달 새 여러 차례 방어에 나섰지만 마지노선(1,080원)이 결국 무너졌다. 전문가들은 "단기 전망은 무의미해졌고 원화 강세(환율하락) 흐름을 각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2.7원 내린 1,079.0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 9일(1,074.3원) 이후 최저치다. 당시 환율은 5일 뒤(9월 14일) 그리스 부도 우려로 하루 만에 30.5원 급등(1,107.8원)한 이래 올해 10월까지 1,100선을 유지해왔다.
주말에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의 예상 밖 호조가 이날 환율 하락을 부추겼다. 미국의 11월 실업률(7.7%)은 전달보다 소폭 하락했고, 신규취업자 수(14만6,000명)는 시장 전망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여기에 이번 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추가 부양책 발표 기대까지 겹쳐 하락폭이 커졌다.
외환당국은 이날 오전 선물환포지션 한도 규제 강화책을 언급하는 등 2차 개입을 시사했지만 흐름을 반전시키진 못했다. 그간 당국은 몇 차례 구두경고와 1차 개입(선물환포지션 한도 축소)으로 환율 방어에 나섰지만 약발은 당일이나 그 다음날이면 떨어졌다. 한 외환딜러는 "그나마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으로 추정되는 매수 물량이 나와 하락폭이 가파르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부문장은 "미국 경기가 차츰 좋아지고 있어 유럽이 지난해처럼 망가지지 않는 한 당국이 개입하더라도 근본적으로 하락 추세를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당국의 방어선이 무너진 상황이라 단기 전망은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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