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세군 자선냄비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익명의 60대 남성이 1억원이 넘는 수표를 기부했다. 한국 구세군은 지난 9일 오후 6시25분쯤 서울 명동 입구 자선냄비 모금함에 한 후원자가 1억570만원권 수표를 후원했다고 10일 밝혔다. 구세군에 따르면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의 이 남성은 “어려운 노인분들에게 꼭 써달라”며 자선냄비에 봉투를 넣고 황급히 사라졌다.
자선냄비본부는 10일 오전 은행에서 돈을 세다가 이 고액 수표가 든 편지봉투를 발견했다. ‘신월동 주민’이라고만 밝힌 편지에는 ‘평생 부모님은 이웃에게 정도 많이 주고 사랑도 주고 많은 것을 나눠줬다. 그러나 호강 한번 못하고 쓸쓸히 생을 마감하고 고인이 됐다. 부모님의 유지를 받들어 작은 씨앗 하나를 구세군의 거룩하고 숭고한 숲속에 띄워 보낸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지난해 이맘때도 명동 구세군 자선냄비에 60대 남성이 1억1,000만원 수표를 기부했다. 구세군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항상 좋은 일을 하시는 구세군에 존경을 표합니다. 작은 성의지만 거동이 불편한 소외된 어르신들한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는 편지가 들어 있었다”며 “편지 글씨체가 비슷하고, 수표 발행처가 우리은행 서울 양천구 신월동 지점으로 같아 동일인으로 추측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편지글로 볼 때 거동이 불편했던 기부자의 부모님이 1년 사이 돌아가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올해 50억원을 목표로 전국 76개 지역 300여 곳에서 자선냄비 모금 활동을 벌이고 있는 구세군은 지난 6일까지 13억원을 모급했다. 올해부터는 신용카드를 자선냄비 앞에 설치된 단말기에 대면 2,000원이 기부되는 디지털 후원 장치도 도입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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