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나무네트워크는 대구에서 틱장애, ADHD, 자폐치료로 유명하다. 유명한 이유가 있다. 푸른나무아동심리연구소의 석인수(48) 소장이 아내인 지옥분(49) 푸른나무한의원 원장과 자기 아들의 자폐를 직접 치료한 노하우를 환자들에게 전수하기 때문이다.
16년 전 아들(석다니엘·19)의 자폐를 처음 알았을 때, 석 소장은 자살 충동까지 느꼈다. 필리핀에서 2년 동안 선교사로 활동하기도 했던 그는 발달장애1급 판정을 받은 아들을 치료하려고 97년 4월 한국으로 돌아왔다. 불러도 대답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피가 철철 흐를 정도로 다쳐도 “아야!” 소리 한번 하지 못하던 아이는 부부의 적극적인 치료로 현재 서울대 진학을 꿈꾸며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고3때부터 포털사이트 지식인에서 활동해 1년 만에 최고 등급인 ‘태양신’에 올랐다. 또한 서울의 유수한 출판사들이 “서울대 진학이 확정되면 가족 이야기를 바로 책으로 내자”고 재촉하고 있다. 책이 나오면 자폐를 극복하고 콜로라도 주립대학 동물학 교수가 된 템플 그랜딘을 뛰어넘는 사례로 알려질 수도 있을 듯하다. 석 소장은 “자폐가 완치된 것은 세계적인 사례”라고 밝혔다.
절망과 기적에 대한 믿음이 공존하던 시절
석 소장은 귀국 후 곧장 지역대학에서 특수교육과 영재교육으로 각각 석사학위를 받고 특수교육에서 ADHD아동치료에 관련된 박사학위논문을 발표하였다. 한의사인 아내는 한의학적으로 치료책을 모색했다. 부부는 매일 밤을 새우다시피 하면서 배운 것을 놓고 아내와 토론을 했다. 먹고 자는 시간 외에는 자폐 치료에 ‘올인’했다.
아들이 차도를 보인 것은 만 4세 무렵이었다. 일 년 동안 과일이 그려진 카드를 보여주며 말을 가르쳤지만 아들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어느 날 갑자기 사과 그림을 보면서 입을 열어 ‘사과’라고 했다. 기적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말을 한다고 자폐가 완치된 건 아니었다. 사회성이라는 더 높은 벽이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반 친구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다. 어쩔 수 없이 학교를 그만두고 중학교 과정은 검정고시로 마쳤다. 고등학교도 홈스쿨링을 생각했지만 ‘외롭다’는 아들의 의견을 존중해 전문계 고등학교로 진학했다.
그 와중에 석 소장은 특수교육연구소를 설립해 장애 아이들을 치료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아이들에게는 같은 방법으로 치료를 해도 치료 효과가 더디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 애는 되는데 왜 다른 애들은 잘 안 될까?’ 하는 고민 끝에 중요한 차이를 깨달았다. 바로 지압과 마사지였다. 부부는 아들에게 머리에서 손발까지 전신에 지압과 마사지를 반복하고 있었다. 지압과 마사지의 필요성을 깨닫고 비디오와 CD를 만들어서 전국복지관에 무료로 배포했다.
한의원 경매에 넘어갈 뻔, 안철수 원장 보며 용기
이 과정에서 발달장애뿐 아니라 ADHD, 틱장애, 소아우울증, 학습장애 등 다양한 증상들을 연구해 나갔다.
어려움도 있었다. IMF시절 경영이 어려워져 한의원이 경매에 넘어갈 뻔한 적도 있었다. 그때 부부가 연구한 연구물들을 유료화 할까 고민했다. 그때 그들에게 용기를 준 인물이 있었다. 바로 무료로 바이러스 백신을 보급한 안철수였다. 그의 나눔 정신을 보면서 용기와 도전을 얻었다. 아들 다니엘과 2살 터울이 나는 다혜(17)도 큰 힘이 되었다. 딸은 오빠로 인한 상처를 극복하며 사교육 한번 받지 않고 부산 국제중학교를 전교 3등으로 졸업했고, 현재도 고등학교에서 전교 1등을 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늘 학부모와 상담을 하는 아버지를 보고 자라 그런지 친구들의 인생 상담을 도맡는 ‘상담사’로 통한다.
소아정신과 영역은 사명감과 봉사정신으로
최근 들어 소아 장애를 다루는 병의원이 늘었다. 부부가 처음 소아정신영역에 대한 연구를 시작할 때만 해도 홀로 맨땅을 일구는 심정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틱장애, ADHD, 발달장애를 뇌과학을 기반으로 치료하는 전문병의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석 원장의 동반자인 지옥분(49) 푸른나무 한의원 원장은 이런 현상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고 밝혔다. “소아정신질환은 모두 뇌질환이기 때문에 뇌과학의 도움을 받아서 치료를 하는 것은 시대의 대세일 것입니다. 하지만 기계장비를 맹신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도 뇌과학 장비를 사용하지만 아이들과 마음의 마음을 치료하는 것도 그것 못잖게 중요합니다.”
지 원장은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치료 기간이 길어져 조급증을 내는 부모와 상담하다보면 탈모까지 겪는다”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푸른나무 한의원 및 아동심리연구소 홈피에는 부모들의 고충을 조금이라도 덜고자 병의원을 방문하지 않고 가정에서 직접 치료할 수 있도록 ‘감각통합치료법’을 홈피에 올렸다. 부부는 “자폐아를 치료해봤기 때문에 장애아를 둔 부모의 심정을 알고 또 희망을 전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우리 가족이 걸어온 길이 이 땅의 모든 장애아와 그 부모들에게 소중한 빛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광원 엠플러스한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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