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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학교서 쓰지도 않는 e교과서… 교과부는 "다운 80% 달성" 닦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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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학교서 쓰지도 않는 e교과서… 교과부는 "다운 80% 달성" 닦달

입력
2012.12.0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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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의 한 중학교는 지난 10월 '학생들의 e교과서 다운로드(내려받기) 비율 80%를 달성하라'는 교육과학기술부의 공문을 받고, 학생들에게 쓰지도 않는 e교과서를 다운받으라는 숙제를 내줬다. 이 학교 A 교사는 "(e교과서가) 필요해서가 아니라 실적 채우기 위해 다운받는 하나의 업무가 돼버렸다"고 어이없어 했다. 경기 한 초등학교 B 교사는 "6학년이 200명 정도인데, e교과서 다운받은 아이들은 6명 정도로 파악됐다"며 "그 아이들도 '다운받는 게 숙제인 줄 알고 다운받았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현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교육 정책이 탁상행정으로 교육현장에 골칫거리만 안겨주고 있다. 9일 교과부에 따르면 지난달 5일 기준으로 초ㆍ중학생 70%가 e교과서를 다운받기 위해 인증을 받고 관련 사이트에 접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과부 공문에 따른 것이다. 자녀 대신 e교과서 다운로드 숙제를 해준 초교 학부모가 '이런 것까지 해야 하냐'고 교과부에 불만을 제기한 적도 있다.

정부는 500억~600억원원을 들여 초ㆍ중학교 교과서를 디지털화 해서 지난해부터 올해 1학기까지 CD로 보급했다. 올해 2학기부터는 인터넷으로 다운받을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사실상 활용 이점이 없다는 게 문제다. 중학교 e교과서는 서책교과서를 그대로 옮겨놓은 형태이고, 초교 교과서에는 동영상, 플래시 자료를 보충했다. A 교사는 "학습자료는 교사가 자신만의 노하우로 자기교습법에 따라 만드는 것인데, 일괄적으로 만들어 보내겠다는 발상자체가 틀렸다"고 말했다. 초등 e교과서는 동영상 자료에 강사가 출연해 개념을 설명하는데, 이를 학교 수업시간에 활용하라는 것은 교사의 업무를 침해할 소지도 있다. e교과서가 참고서인지 교과서인지 제대로 된 고민 없이 사업을 추진해서 벌어진 일이다.

더구나 아이들의 인터넷 중독이 심각한 상황에서, 정부가 정책적으로 교과자료마저 컴퓨터로 보도록 유도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많다. A 교사는 "스마트폰도 빼앗아버리고 싶은데, 컴퓨터로 교과서를 보도록 하면 아이들이 다른 콘텐츠에 접속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오히려 컴퓨터에 양질의 콘텐츠(교과서)가 늘어 유해매체 접속 가능성이 줄어들 수 있다"며 "e교과서 콘텐츠가 생각보다 좋다고 평가하신 학부모들도 있다"고 반박했다.

정부는 디지털교과서 개발, 온라인 수업 활성화 등 스마트교육 사업에 2015년까지 예산 2조2,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A 교사는 "차라리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 교사 행정업무를 줄이는 데 그 예산을 썼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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