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증시는 연초에 비해 6% 정도 올랐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독주, 거래량 급감 등을 감안하면 좋았다고만 볼 수는 없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대외 악재 탓에 변동성이 심해 뒤가 아래로 처진 M자형 상고(上高) 흐름을 보였다. 대응이 쉽지 않다 보니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내년에도 저성장, 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증시 입장에선 위기(저성장)이자 기회(저금리)다. 삼성 대우 우리투자 대신 미래에셋증권 등 국내 5대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미래에셋은 투자분석팀장)들에게 내년 증시의 향방을 물었다.
"3월까지만 잘 넘기면 상승한다"는 전망이 대세였다. 아울러 나이키 로고 모양의 완만한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을 예상했다. 코스피지수 최고(2,300 삼성)와 최저(1,750 대우)의 전망치 차이는 컸지만, 대체로 1,820~2,200선에서 합의가 이뤄지는 모양새다. 최고 2,450(골드만삭스), 2,380(JP모간) 등을 점치는 외국계 투자은행(IB)보다는 보수적인 셈이다.
센터장들은 내년 1분기에 악재가 집중된다고 봤다. 조윤남 대신증권 센터장은 "다시 부각되는 스페인 등 유럽 신용위험, 미국 재정절벽(대규모 재정긴축으로 인한 경제성장률 급락) 우려가 진정돼야 한다"고 했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센터장은 "유럽 재정위기가 마무리되고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 효과가 나타나는 2분기 이후가 상승 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진국의 긴축 완화 여부와 엔화 약세 속도를 지켜봐야 한다"(대우)는 지적도 있었다.
중국은 변수이자 호재로 지목됐다. 새롭게 들어선 중국 정부가 선보이는 경기부양책의 강도가 관건이다. 홍성국 대우증권 센터장은 "중국의 불균형 해소 정책이 기득권층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어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류승선 미래에셋증권 투자분석팀장은 "중국 신 정부가 대외 명분과 대내 실리 사이에서 절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중국은 일러야 2분기(우리투자), 또는 하반기(대신 등)에 우리 증시를 끌어올리는 동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유럽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렸다. 내년 하반기 호재(대신), 확인할 부분 상존(대우), 유럽 경기 악화할 경우 주가 상승 기대 시기상조(우리투자) 등이다. 윤석 삼성증권 센터장은 "내년 증시는 '성장'보다는 '위험 프리미엄의 재평가' 논리가 지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위험 관리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투자 유망업종은 올해 상승을 주도한 전차(電車)군단(정보통신, 자동차)이 꼽혔다. 5개 증권사(복수응답) 중 4곳이 정보통신(IT) 업종을, 2곳은 자동차를 추천했다. 미디어와 여행, 보험, 그간 소외된 대형주가 오를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애석하지만 올해 연말 산타 랠리(크리스마스 전후의 주가 강세)에 대한 기대는 접는 게 좋겠다. 센터장 5명 중 2명은 "없을 것"(대신, 우리투자)이라고 답했고, 나머지도 "등락 반복"(삼성), "완만한 상승"(대우) 등으로 반응이 뜨뜻미지근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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