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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패러독스… 수학적으로 오류투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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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패러독스… 수학적으로 오류투성이

입력
2012.12.0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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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득표제한번의 선거로 당선자 선출… 정당득표율과 의석수 비율함수관계 불일치 수두룩… 간편함 있지만 민심 왜곡●결선투표제여러 후보 난립땐 1차 투표서 같은 진영 후보가 표 갉아먹어결선 진출 유력 후보가 낙마도

18대 대통령 선거가 9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는 초박빙 승부라 개표가 끝나는 순간까지 누구도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 것 같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부분의 민주국가는 가장 많이 득표한 사람이 당선되는 '최다득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과반에 훨씬 못 미치는 지지율로 당선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우리나라도 대통령 직선제 개헌이 이뤄진 1987년 이후 유권자 50% 이상의 지지를 받은 대통령은 한 명도 없었다. 절차상 문제는 없지만 전체 국민의 의사를 효율적으로 반영하지는 못하고 있다. 최근 야권을 중심으로 '결선투표제' 도입을 주장하는 까닭이다. 하지만 이 역시 허점은 있다. 과학자들이 볼 때 민의를 잘 반영하면서도 공정하고 효율적인 투표방식은 무엇일까.

최다득표제, 민심 왜곡 우려

최다득표제는 대부분의 민주국가에서 가장 오랫동안 채택해 온 선거 방식이다. 선거 한 번으로 당선자를 가릴 수 있는 간편함 때문이다. 하지만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어바인) 수학과 도널드 사리 교수는 영국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New Scientist)'에서 "최다득표제가 민심을 왜곡하고 수학적으로도 단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05년 영국 총선에서 노동당은 고작 35%의 투표율로 55%의 의석을 차지했다. 선거구별로 2위 이하 후보의 득표는 의석 배정에 전혀 반영되지 않은 탓이다.

지난 4월 19대 총선에서도 새누리당은 42.8%의 정당득표율로 비례대표를 포함한 전체 300석 중 152석(50.7%)을 차지했다. 민주통합당도 정당득표율(36.5%)에 비해 의석비율(127석ㆍ42.3%)이 6%나 높았다. 반면 통합진보당은 정당득표율이 10.3%였지만 의석비율은 4.3%(13석)에 그쳤다.

이처럼 최다득표제는 국민의 전체 의사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 예컨대 파티장에 모인 15명에게 우유(M), 와인(W), 맥주(B) 중 가장 좋아하는 음료 1개를 골라 제공하려 한다. 이 때 6명이 M-W-B, 5명이 B-W-M, 4명이 W-B-M 순으로 선호한다고 답했다 치자. 최다득표제 방식으로 하면 이 집단이 가장 선호하는 음료는 우유(6명)다. 하지만 음료별 선호도를 따져보면 다른 결과가 나온다. 와인을 맥주보다 좋아하는 사람(W>B)이 10명, 맥주와 와인을 우유보다 좋아하는 사람(B>M, W>M)이 각각 9명이다.

18세기 프랑스 수학자 니콜라 드 콩도르세는 이처럼 셋 이상을 대상으로 투표할 경우 투표자들의 진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을 확률적으로 증명했다. 이를 '콩도르세의 역설(Condorcet's paradox)' 혹은 '투표의 역설(voting paradox)'라고 한다. 1951년에는 케네스 애로가 3명 이상의 후보자가 있는 선거에서 공평함의 기준을 만족시키면서 당선자를 낼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애로우의 불가능 정리'를 제시했고, 그 공로로 197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어떤 방식이든 허점 내재

최다득표제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을 놓고 결선 투표를 하는 '결선투표제' 방식이 있다. 프랑스 대선이 이 방식으로 치러지는데, 여기에도 역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02년 프랑스 대선에서는 16명의 후보가 난립했다. 대선 전 여론조사에서는 사회당(좌파) 리오넬 조스팽 후보와 공화국연합(우파) 자크 시라크 후보의 지지율이 각각 21%였고, 나머지 후보의 지지율은 모두 10%를 밑돌았다. 조스팽과 시라크가 결선 투표에서 맞붙는 경우에는 조스팽과 시라크의 지지율이 각각 51%와 49%로 박빙이었다. 하지만 1차 투표 결과, 결선 진출자는 우파인 시라크와 극우파인 국민전선(FN) 장 마리 르펭이었다. 조스팽은 6명의 좌파 후보가 표를 잠식해 떨어졌다.

또 다른 대안으로 호주 의회와 미국 시의회 등이 택하고 있는 '최저득표자 탈락제'가 있다. 여러 후보 중 최저득표자를 탈락시키는 방식으로 최종 1명이 남을 때까지 계속 투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경우 선거절차가 복잡해질 뿐만 아니라 논리적으로도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A, B, C 3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3명이 각각 A-B-C, B-C-A, C-A-B로 선거를 했다고 하자. 이렇게 되면 모든 후보의 득표가 똑같아 아무도 탈락하지 않는다.

이스라엘과 네덜란드처럼 아예 지역구 없이 득표율로 의원을 선출하는 100% 비례대표제를 채택한 경우에도 문제가 있다. 이 경우, 무엇보다 해당 지역 주민의 의사가 당락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단점이 있다.

결국 허점 없는 선거는 없는 셈이다. 다마이클 스래셔 미 플리머스대 교수는 "특정 선거제도가 완벽하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잘못된 것"이라며 "수학적으로 완벽한 선거제도를 찾기보다 상황에 맞는 선거제도가 무엇인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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