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취임 후 첫 시찰지로 광둥(廣東)성 선전시를 찾았다고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보도했다. 선전시는 중국 최초의 경제특구로 개혁개방의 일번지로 불린다.
시 총서기 일행은 8일 선전시 롄화(蓮花)산 공원을 찾아 덩샤오핑(鄧小平)의 동상에 헌화했다. 시 총서기는 이 자리에서 "당 중앙의 개혁개방 결정은 정확한 것이었으며 앞으로도 이 길을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총서기 일행의 일정과 발언 등이 구체적으로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언론들은 이번 방문이 덩샤오핑의 1992년 남순강화(南巡講話)를 연상시킨다고 평가했다. 덩샤오핑은 옛 소련과 동구권의 붕괴를 계기로 개혁개방 노선이 위기를 맞자 당시 88세의 노구를 이끌고 선전, 우한(武漢) 등 남부를 시찰하면서 개혁개방의 필요성을 강조한 담화를 발표했었다.
시 총서기가 덩샤오핑의 남순강화 행보를 따르는 것은 경제 악화, 부정부패 심화, 빈부격차 확대, 공산당에 대한 불신 심화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갈등의 여지를 없애고 개혁개방의 노선을 분명히 하면서 자신을 덩샤오핑의 계승자로 보이게 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그에게 대권을 넘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권력을 이양받은 직후인 2002년 12월 마오쩌둥(毛澤東)이 국민당 세력을 몰아낸 뒤 베이징(北京) 입성을 앞두고 국정 운영을 구상한 혁명성지 시바이포(西柏坡)를 첫 시찰지로 찾았었다.
시 총서기의 선전 방문에는 부친의 유지를 잇겠다는 뜻도 있다. 부친 시중쉰(習仲勳)은 광둥성 당 서기로 있을 때 선전을 경제특구로 지정해줄 것을 요청, 평범한 어촌 마을을 개혁개방의 중심지로 바꾸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한편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 총서기가 이번 시찰에서 파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헌화를 위해 덩샤오핑 동상을 찾았을 때 주민들과 악수하고 홍콩 기자로부터 즉석 질문을 받기도 했다. 경호 요원들은 그가 헌화할 때 시민들의 접근을 제지하지 않았다.
한편 명보(明報)는 시 총서기가 이번 방문 도중 선전에서 휴양 중인 86세의 노모를 비공개 일정으로 찾았다고 전했다. 명보는 또 이번 시찰에 부인 펑리위안(彭麗媛)과 외동딸 시밍저(習明澤)가 동행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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