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걸고 비행하는 게 두렵다면 전투기 조종사가 될 자격이 없습니다."
공군 최고의 조종사에게 주어지는 '올해의 탑건'의 영예를 안게 된 공군 11전투비행단 102전투비행대대 소속 이형재(35ㆍ공사 47기) 소령은 9일 "늘 긴장감 속에서 살지만 조국 영공을 수호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탑건은 한 해 동안 가장 뛰어난 활약을 한 '조종사 중의 조종사' 1명에게 부여되는 명칭이다. 이 소령은 "다른 동료들의 희생과 지원 덕분에 과분한 상을 받게 됐다"며 자세를 낮췄다.
탑건은 비행훈련과 비행경력, 사격기량, 작전참가, 학술지식ㆍ전술임무, 비행안전 기여도, 창의력, 체력 등 조종사에게 요구되는 10가지 필수 요소를 종합적으로 측정해 선발한다. 이 소령은 이 평가에서 1,000점 만점에 839.1점을 기록했다. 특히 평소 끊임없는 정책 제언으로 공군 발전과 조종 환경 개선에 기여한 점이 인정돼 창의력 분야에선 만점을 받았다.
KF-16 전투기를 조종하다 2008년 F-15K로 기종을 전환한 이 소령은 F-15K 1,030시간을 포함해 총 1,802시간의 비행 기록을 보유한 베테랑. 기본 과정을 2등으로 수료한 뒤 절치부심, 고등비행훈련, 작전가능훈련(CRT), 계기비행교관(IPIS) 등 과정에서 1등을 독차지했다. 2008년 서울대 국제대학원 석사 과정 위탁 교육 당시 '우수 논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6년 5월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 에어쇼 도중 사고로 숨진 고 김도현 소령을 지금의 자신을 만든 최고의 멘토(조언자)로 꼽는 그는 순직한 공군 조종사 유자녀를 돕자는 취지로 설립된 '공군 하늘사랑 장학재단'에 탑건 선발 포상금 200만원 전액을 기부할 예정이다. 이 소령은 12일 오전 서울 신길동 공군회관에서 열리는 '2012 보라매 공중사격대회 및 우수조종사 시상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는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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