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 내용을 담은 랩으로 논란에 휩싸인 '강남스타일'의 가수 싸이(35)가 예정대로 공연을 한다. 이 공연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가족도 참석한다. 백악관은 또 싸이의 공연을 반대하는 청원도 삭제했다.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과 부인 미셸 오바마, 두 딸 사샤와 말리아가 9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립건축박물관에서 싸이, 다이애나 로스 등이 나오는 '크리스마스 인 워싱턴' 공연에 관례에 따라 참석한다고 밝혔다. 이 공연은 21일 미국 전역에 녹화 방송된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부대변인은 "백악관은 행사 참석 연예인의 선정에 전혀 간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싸이는 2004년 그룹 넥스트의 5집 앨범 수록곡인 '디어 아메리카'의 랩을 담당해 미국을 비판하는 노래를 부르고 반미 집회에도 여러 차례 참석한 사실이 미국 언론 등 외신에 보도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싸이는 '디어 아메리카'에서 '이라크 포로를 고문해댄 XX놈들과 고문하라고 시킨 XX놈들…모두 죽여, 아주 천천히 죽여, 고통스럽게 죽여'라는 반미 감정이 적나라하게 표출된 랩을 선보였다. 싸이는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치어 희생된 효순이ㆍ미선이 추모 집회 등에서도 해당 곡을 불렀다.
워싱턴포스트 블로그는 '강남국가주의'라는 글을 통해 싸이가 반미를 선동했으며 오바마 대통령이 싸이가 나오는 공연에 참석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백악관 청원사이트 '위 더 피플'에도 싸이 공연을 반대하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백악관은 그러나 오바마가 예정대로 행사에 참석한다고 밝히면서, 특정인을 적대시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과 정책을 위반했다며 청원 글을 하루 만에 삭제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싸이는 8일 영문 보도자료를 내고 "제가 공연한 곡은 전세계 사람들이 그 당시 공감한 반전 시위의 일부로 이라크 전쟁 당시 포로가 돼 희생된 무고한 시민과 미군 장갑차에 숨진 2명의 한국 여학생에 대한 깊은 애도 표출의 일부였다"며 "제가 사용한 부적절하고 과도한 언어로 상처받은 이들에게 깊이 사과한다"고 밝혔다.
'크리스마스 인 워싱턴'은 미국의 케이블채널 TNT가 매년 12월 둘째 일요일에 여는 행사로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유명 인사들이 참석한다. 행사에서 모인 기금은 미국 국립아동의료센터에 기부된다.
한편 미국 CBS방송은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백악관 만찬행사에 조지 W.부시 전 대통령에게 독설을 했던 흑인 래퍼 커먼을 초대해 보수진영이 반발했었다고 보도했다. 커먼은 2007년 케이블채널 HBO의 시리즈물에 출연해 "평화를 위해 부시를 불태워라"는 시를 읊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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