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대통령 선거 때 투표하기 위해 치료도 연기하는 등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 부인과 함께 투표장에 가서 주권을 행사할 예정이다."
9일 경기도 하남시 복지회관에서 기자와 만난 강석주(74) 하남시 시작장애인협회장은 "매주 수요일 병원에서 눈 검사를 하고, 팔·다리 등의 물리치료를 받고 있는데 대선이 있는 19일에는 일정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강씨는 본래 정상적 시력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러나 30대 후반부터 주변 사물이 잘 보이질 않아 병원을 찾았다가 망막색소변성증 진단을 받고 시각장애인(1등급)이 됐다.
점점 잃어가는 시력만큼 강씨의 삶도 피폐해졌다. 자포자기 심정으로 하루하루 살던 강씨는 3명의 자녀들을 생각하면서 정신을 차렸다. 그에게는 두 아들과 딸이 있다. 그는 "당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지만 어린 자녀들을 생각하며 이를 악물고 열심히 살았다"며 "그 뒤에 자식들이 모두 명문대를 졸업하고 출가해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지금까지 한번도 선거에서 빠진 적이 없다. "나는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어 시각 장애인 점자를 잘 몰라 투표소 직원들과 아내의 도움을 받아 투표한다"며 "맘에 드는 후보가 없으면 차선의 후보라도 선택해야지 선거를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씨가 가장 눈여겨보는 공약은 역시 장애인과 복지 부문 공약이다. 상당수 장애인들이 후보들의 장애인 관련 정책 공약을 전혀 알지 못해 투표를 포기하는 점을 늘 안타깝게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강씨는 여야 대통령 후보들의 장애인과 복지 관련 공약들을 꼼꼼히 챙긴다고 했다. 각 후보들의 TV·라디오 연설 등을 통해 공약을 듣고 주변 시각장애인들과 토론하기도 한다. 그는 "사회적 약자인 우리를 배려해 주는 후보에게 더 관심과 호감이 가는 게 사실"이라며 "지금까지 대부분의 후보가 행동보다 말만 앞세운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자신들이 내건 공약을 꼭 실천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강씨는 정부와 선거관리위원회에 장애인 전용 투표소 설치를 제안했다. 그는"선관위가 장애인 투표 도우미들이 배치하고 차량을 이용해 현장까지 데려다 주지만 신분 확인 작업부터 기표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미안한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장애인 전용 투표소를 설치해주면 지금보다 더 많은 장애인들이 기쁜 마음으로 투표장에 나올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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