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영(19ㆍ건국대ㆍ랭킹 366위)이 아시아 남자 테니스를 지배했다. 한국 테니스가 아시아 정상에 오르기는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남자단체전 금메달 이후 6년만이다. 하지만 단식 챔피언은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윤용일 이후 14년만이다.
정석영은 8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2012 도요타 아시아 테니스선수권대회(총상금 12만달러) 시상대 맨 위에 섰다. 정석영은 논타부리 LTAT센터에서 열린 결승에서 천티(213위ㆍ대만)를 세트스코어 2-0(7-6 6-3)으로 꺾고 상금 8,000달러(약 860만원)와 함께 내년 9월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PTT 태국오픈 단식 본선 와일드카드도 확보했다.
한국테니스는 그 동안 이형택 은퇴 이후 이렇다 할 스타가 나타나지 않아 침체기에 빠져 있었다. 국가대항전인 데이비스컵에서도 세계 16강이 겨루는 월드그룹 진출은 남의 일이었다. 자연스레 특단의 대책을 촉구하는 위기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반해 중국과 일본은 4대 메이저 대회 우승컵을 거머쥐는 등 승승장구했다. 리나(프랑스오픈 우승)와 니시코리 게이(ATP투어 500시리즈 도쿄오픈 우승)가 대표적이다.
아시안인의 체격조건에선 불가능하다고 여겨진 ‘신화’가 무너진 셈이다. 한국으로선 더 이상 변명과 핑계거리가 없어진 셈이다.
이에 자극 받은 대한테니스협회는 주니어 육성에 초점을 맞춰 한국테니스 전반을 수술대에 올려놓았다. 특히 연맹 회장사인 한솔그룹은 ‘한솔 테니스장학생’ 선발 프로그램에 연간 3억원을 내놓는 등 파격적인 지원에 나섰다. 정석영의 이번 우승도 주니어 육성 프로그램 덕이 컸다는 평가다.
한편 정석영은 8강에서 파루크 듀스토프(229위ㆍ우즈베키스탄), 준결승에서는 양쭝화(257위ㆍ대만)를 꺾는 등 자신보다 상위의 랭커를 연파해 결승에 올랐다. 고교 재학시절부터 한솔그룹의 후원을 받은 정석영은 대학 진학과 함께 기량이 급성장하고 있다. 그는 실제 지난 9월 중국 닝보 챌린지 대회 단식 준우승에 오르기도 했다. 챌린지 대회는 ATP 투어보다 한 등급 낮지만 전세계 주니어 강자들이 총출동에 관심을 모았다. 정석영은 “내년에는 메이저대회 본선에 이름을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영대(52) 대한테니스협회 부회장겸 건국대 감독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을 기대해 볼만하다”고 말했다.
함께 출전한 국내 여자 1위 한성희(한솔제지ㆍ308위)는 여자단식 4강전에서 바라트차야 왕테안차이(태국ㆍ290위)에게 5-7, 2-6으로 패해 4강에 머물렀다. 한성희는 이소라(원주여고ㆍ407위)와 호흡을 맞춘 여자복식에서도 4강을 기록했다.
아시아 테니스선수권대회는 2007년 우즈베키스탄 대회를 끝으로 중단됐다가 올해 도요타가 메인 스폰서를 맡아 5년 만에 재개됐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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