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에 억눌려있던 감정들이 확 터지는 것 같았어요. 그 자유로운 느낌을 즐기면서 신나게 연기했어요.”
19일 개봉하는 ‘반창꼬’(감독 정기훈)는 한효주(25)의 색다른 매력을 만날 수 있는 영화다. 외과의사 미주(한효주 분)와 소방관 강일(고수)의 사랑 이야기다. 의료사고로 면허를 박탈당할 처지의 미주는 피해자 남편에 대한 강일의 고소가 필요했고, 미수는 그를 꼬셔서라도 위기를 모면키 위해 적극적으로 들이댄다. 한효주는 드라마 ‘동이’나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등에서 보여줬던 차분하고 단아한 이미지를 벗고 털털하면서 능청스러운 매력을 선보였다.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미수의 성격과 비슷한 게 없을 줄 알았어요. 원래 밝고 긍정적이긴 한데 마음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편이었거든요”라고 말했다.
미주는 강일에게 연애하자고 조르다가 마음대로 되지 않자 한강 다리 난간에 올라가 자살 소동을 벌이며 협박도 한다. 그런 억지와 들이대기가 자칫 진상으로 보일 수 있지만 한효주의 연기로 귀엽고 사랑스럽게 표현됐다.
“처음 해보는 캐릭터라 부담이 컸는데 감독이 아무것도 고민하지 말고 오라더군요. 그 말만 믿고 처음으로 캐릭터에 대한 고민 없이 정말 무(無)의 상태로 촬영장에 갔어요. 자유롭고 신이 났어요. 처음으로 즐겁게 연기한 것 같아요. 감독은 제게서 저도 몰랐던 미수의 성격을 봤나 봐요. 제가 편안하게 뛰어 놀 수 있는 그라운드를 만들어줬죠”
회오리가 살아있는 폭탄주 제조 솜씨를 선보일 때는 선머슴 같다가도 농도 짙은 키스신 등에선 보다 성숙해진 여인 한효주를 드러내기도 한다. “그렇게 보신다면 다행이에요. 털털하고 선머슴 같지만 분명한 건 여성스러운 매력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광해’에서 그는 비련의 중전 역으로 비중은 작았지만 강렬한 인상의 연기를 선보였다. “추창민 감독을 처음 만났을 때 절 그저 평탄하게 지내온 여자연기자로만 보는 것 같았어요. 오기가 생겼죠. 더 잘해야겠기에 제 분량이 없는 날에도 촬영장을 찾으며 열심히 노력했어요.”
2004년 시트콤 ‘논스톱5’로 데뷔한 그는 그 동안 쉴 새 없이 각종 드라마와 예능, 영화를 오가며 일을 해왔다. “정말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살았어요. 후회나 미련은 없어요. 단 일 외적인 것들에 소홀한 건 사실이죠. 사람이 달릴 때 있고 걸을 때 있는데 그 동안은 달려왔던 시기였어요. 열심히 했지만 즐겼다는 느낌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반창꼬’ 덕에 앞으론 즐기면서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이젠 연기하는 한효주 아닌 그간 소홀했던 인간 한효주에도 애정을 쏟고 싶어요. 열심히 달렸으니 이제 걸어도 되잖아요.”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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