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소재 연방북부지방법원 재판정.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 최종심리를 맡은 루시 고 판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오랫 동안 (합의를) 권해 왔습니다. 이제는 세계 평화를 생각해야 할 시간입니다."
하지만 양측의 답변은 달랐다.
"엄정한 법 집행이 이뤄질 때까지 해결되지 않을 겁니다." (애플 측 변호인)
"우리는 기꺼이 그럴 의사가 있습니다. 공은 애플에 넘어가 있습니다." (삼성전자 측 변호인)
이날 최종심리를 시작한 고 판사는 준엄한 어조로 여러 차례 양사의 합의를 촉구했다. 이미 1년 넘게 끌어왔고, 앞으로도 이 싸움이 몇 년간 더 지속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더 이 상의 싸움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듯했다. 그는 "이제 양 사가 협상을 통해 분쟁을 끝낼 필요가 있다"며 "그것이 두 기업과 산업, 그리고 소비자들에게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건 진심이다"고까지 말했다.
물론 삼성전자도 자기 뜻을 굽히지는 않았다. 삼성전자 측 변호인단은 "애플이 핵전쟁을 하고 있다. 시장이 아닌 법정에서 경쟁을 하려 한다"고 애플을 강하게 비난했다. 다만 "우리는 기꺼이 합의할 의사가 있으나 공은 애플에 넘어가 있다"며 협상에 임할 의사가 있음을 피력했다.
하지만 애플의 태도는 더 완강했다. 애플 측 변호사는 "10억달러 이상의 배상 평결을 받았지만 충분하지 않으니 강도 높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애플의 팀 쿡 CEO도 이날 인터뷰에서 "양 사의 관계가 편하지 않지만 (소송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협상 가능성이 없음을 확인한 고 판사는 결국 "(합의 권고가) 별로 효과가 없으니 양측에 더 이상 합의를 종용하지 않겠다"고 딱 잘라 말했다.
이날 심리에서 고 판사는 배심원들이 삼성전자가 애플에 지불하라고 평결한 손해배상액에 대해 감액가능성을 시사했다. 앞서 배심원들은 지난 8월 말 삼성전자의 특허침해사실을 확인하며, 10억5,000만달러(약 1조2,000억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이에 대해 고 판사는 "배심원들이 삼성전자의 특허 침해 범위를 잘못 계산한 것 같다"며 조정할 뜻을 비쳤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배심원들이 디자인 특허를 침해하지 않은 '갤럭시 프리베일'까지 배상금을 물어야 할 대상에 포함시키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주장해 왔다. 삼성 측은 배상액 가운데 9억달러 정도가 잘못 산정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애플은 거꾸로 삼성이 물어야 할 손해배상액이 과도하지 않다며 5억3,600만달러를 더 늘려야 한다고 맞섰다. 미국 민사소송에서는 의도적 특허 침해시 배심원 평결의 3배까지 배상금을 늘릴 수 있다. 그러나 고 판사는 "배심원 평결에서 결정된 삼성의 손해배상액이 과도하지 않다는 사실을 애플이 입증하라"고 명령했다. 그만큼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유리한 명령이다.
고 판사는 이달 말부터 특허침해 사안별로 나눠서 최종 판결을 내릴 방침이다. 그는 "일괄판결을 내리는 것이 맞지만 쟁점이 복잡해 질의할 것이 너무 많아 사안별로 판결하겠다"고 밝혔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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