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프리(Osprey) 돌아가라!" "후텐마를 도쿄로!"
지난달 29일 저녁 일본 오키나와현 나하시 북쪽 후루지마역 인근 교육복지회관 건물 3층
대강당. 후텐마 미군기지 철수 촉구를 요구하는 100여명의 시민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들은 이달 23일 기지가 있는 기노완시까지 주민 1만명이 참가하는 행진을 계획중이다.
이곳에서 만난 도미야마 마사히로(57)씨는 대뜸 "지금 오키나와에서는 '반미(反美)' 정서뿐 아니라'반일(反日)'감정까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나 들을 법한 얘기였다. 함께 집회에 참가했던 다카하시 도시오(59) 후텐마 기지 소음 소송단 사무국장은"역사적으로 오키나와는 일본과 다른 나라였다" 며 "1600년대초 본토인들이 내려와 무력으로 류큐 왕조를 점령한 이후 오랫동안 차별을 당해왔다"고 부연했다.
이들이 내걸고 있는 구호는 '오스프리 배치 반대'다. 미군의 신형 수직 이착륙 수송기인 오스프리는 최근 5년간 38건의 사고를 낸 '사고뭉치'비행기다. 미국은 10월초 이 항공기 12대를 오키나와 남부 인구 밀집 지역인 후텐마 기지로 들여왔고 내년 여름까지 12대를 더 도입할 계획이다. 주민들은 기지 탓에 겪어온 수십 년간의 소음 피해에 "비행기가 언제 머리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걱정까지 떠안게 됐다. 오스프리 배치 뒤 보름여 만에 오키나와 주둔 미 해군 항공기지에서 근무하는 해군 병사 2명이 귀가중이던 일본 여성을 집단 성폭행한 사건은 주민들의 반미감정에 불을 붙였다. 이들은 "오키나와 주민의 90%가 오스프리 배치에 반대하고 있으며, 미군기지 자체를 반대하는 주민 비율이 70%를 넘는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높아가는 미군기지 철폐 목소리는 오키나와 분리 운동으로 비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도미야마씨는 "과거에는 극소수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오키나와가 자치ㆍ자결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오키나와 전체가 뭉치는 배경은 본토에 대해 느끼는 집단 소외감 때문이다. 오키모토 히로시(66)씨는 "일본 본토인들은 오키나와가 본토 방위와 미일 동맹을 위해 희생해 주기를 바란다"며 "미국의 식민지인 일본에 오키나와가 다시 종속된 셈"이라고 말했다. "오키나와는 아시아태평양 방어를 위한 전략적 요충지라 주둔이 불가피하다"는 미국의 주장에 대해서는 "혐오시설을 만만한 곳에 떠넘기고 운영 비용도 전가하려는 논리에 불과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오키나와=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