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31)이 퀸스파크 레인저스(QPR) 유니폼을 입을 때만 해도 장밋빛 미래가 전망됐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시절과 달리 에이스 대우를 받을 것으로 기대됐다. 박지성이 가장 선호하는 배번 7번이 배정됐고 주장 완장까지 찼다. 아시아인으로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주장에 선임된 첫 번째 사례였다.
그러나 5개월이 지난 현재 박지성의 입지는 불안하다. 팀은 개막한 지 4개월이 되도록 정규리그 승리를 신고하지 못하는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다. 박지성을 스카우트한 마크 휴즈 감독은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지휘봉을 반납했고, 해리 레드냅 감독이 후임 사령탑에 앉았다. 박지성은 레드냅 감독 부임 후 두 차례 교체 출전하는데 그쳤고 팀은 여전히 프리미어리그 유일한 무승 구단(6무9패)으로 꼴찌에 머물고 있다.
8일 밤 11시(이하 한국시간) DW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위건 애슬레틱과의 2012~13 EPL 16라운드 원정 경기는 박지성과 QPR에 결코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이다. 위건전에서 마저 승리하지 못하면 QPR은 EPL 개막 후 최장 경기 무승이라는 굴욕적인 신기록을 세우게 된다. QPR은 15라운드에서 애스턴 빌라와 비기며 93~94 시즌 스윈든이 기록한 개막 후 15경기 무승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위건전에서 이기지 못하면 불명예 신기록이 수립된다. 올 시즌 중위권을 목표로 야심차게 전력 보강을 한 QPR로서는 망신살이 뻗치는 일이다.
삼바 디아키테, 스테판 음피아가 부상을 당해 선발 출전이 유력한 박지성도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최근 들어 팀 안팎에서 박지성을 향한 시선이 곱지 않다. 제이미 맥키는 최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누가, 어디서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누구든 열정을 가지고 승리에 앞장 서야 할 때”라고 박지성을 비롯한 빅 클럽 출신의 베테랑들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박지성은 QPR의 리더이자 전술 중심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올 시즌 무득점에 도움 1개 만을 기록하는 부진을 보이고 있다. QPR은 최악의 위기 상황이다. 이럴 때 결정력을 보여줘야 베테랑으로서, 팀 리더로서 면목이 선다. 게다가 박지성은 레드냅 감독 부임 이후 포지션 경쟁에서 한 발짝 밀리는 인상을 주고 있다. 배수진을 친 각오로 나서야 한다. QPR도 박지성도 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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