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으로 세상을 떠난 극작가 겸 연출가 윤영선(1954~2007)의 5주기를 맞아 젊은 연출가들이 그의 대표작 3편을 공연하는 '윤영선 페스티벌'이 대학로의 정보소극장에서 6일 시작됐다. 중견 연출가들이 고인의 미발표작 3편을 낭독 공연으로 소개하는 무대도 있다. 2008년 1주기 기념 공연에 이어 두 번째인 이번 페스티벌은 4개 극단, 7명의 연출, 30여 명의 배우와 40여 명의 스태프가 참가해 마련했다.
그의 초기작인 '맨해탄 일번지'(12일까지, 연출 이곤)로 개막했다. 199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마이너리티의 삶을 통해 시대의 고민과 고독을 담담하게 그린 작품이다. 이어'임차인'(15~21일, 연출 류주연)과 '나무는 신발가게를 찾아가지 않는다'(24~30일, 연출 윤한솔)를 공연한다. '임차인'은 고인의 공식적인 마지막 작품으로, 소통 부재에서 오는 현대인의 외로움을 그린 작품이고, '나무는…'은 인간의 몸과 감각을 탐구해 인간 존재의 의미와 인생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미발표작 3편은 9일과 16일 낭독 공연으로 소개한다. '죽음의 집' '죽음의 집 2_쥐가 된 사나이'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문'을 채승훈 박상현 이성열 김동현이 각각 연출한다.
그는 한 편의 시처럼 간결하고 압축적인 언어, 해체주의에 기반한 실험적 형식으로 연극계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왔다. 평단은 그를 '인간 존재의 외로움과 고독을 노래하는 시인 같은 극작가' '가장 연극적인 연극을 만들려고 애쓴 연출가'로 평가한다.
연극을 대하는 그의 자세가 얼마나 치열했는지 잘 보여주는 글이 남아 있다.
"작품을 한다는 것은 한 웅큼의 바늘을 집어 삼킨 뒤 노래를 하는 것과 같다. 입을 벌린 순간 바늘귀에 끼워진 실을 누군가 잡아당긴다. 내 몸 어디에선가 절망하지 말자는 작은 목소리가 들린다. 내가 글을 쓰고 연극을 할 수 있는 것은 바늘 삼킨 자의 노래를 들어주는 관객이 있기 때문이다."
바늘을 삼킨 채 고통스럽게 부른 그의 노래를, 연극평론가 김명화는 "복잡하고 난해하지만, 그래서 불투명하되 관객의 해석이 적극적을 개입할 여백에 더 풍성하다"고 평한다.
오미환선임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