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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넘어 만년문학 대표하는 작품 쓰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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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넘어 만년문학 대표하는 작품 쓰고싶다"

입력
2012.12.06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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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입석 부근'으로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소설가 황석영(69)의 삶은 그의 소설만큼 파란만장했다. 자퇴와 가출, 막노동 떠돌이 생활, 베트남전 참전, 방북, 해외체류, 수감생활 등 황 씨의 삶 자체가 한국 현대사의 핍진한 풍경이었다. 올해 초 한국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황 씨는 가장 강렬한 인생의 경험으로 베트남전쟁 참전을 꼽으며 "베트남에 가서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걸 발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여정에서 나온 '객지' '삼포 가는 길' '무기의 그늘' 등 숱한 문제작은 한국문학의 돌올한 봉우리다.

황씨의 문학인생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지만, 후배 문인들은 등단 50주년이 가기 전인 6일 저녁 축하의 자리를 마련했다. 이시영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최원식 인하대 교수, 시인 김정환, 김사인, 소설가 이승우, 신경숙 씨가 주축이 돼 자리를 마련했고, 출판사 창비, 문학동네, 자음과모음이 후원했다. 선후배 문인들은 황석영 문학이 걸어온 길을 되짚고 노고를 치하했다. 김사인의 사회로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문학평론가 김병익, 연극인 손숙, 황종연 동국대 교수가 축사한 뒤 황씨의 등단 50년 소감이 이어졌다. 백낙청 씨는 "나로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대단한 인물이다, 생각하고 살아왔고 지금도 그렇다. 우리 문학판에 황석영이 없었다면 얼마나 적막했겠는가"라며 남은 문학인생 동안 장편 뿐만 아니라 좋은 단편소설을 써주길 기대했다. 김병익 씨는 "젊어서는 '삼포'를 오가며 공사판을 떠도는가 하면, '장길산'으로 조선사회에 뛰어 들어 반역을 일으켰다. 오랫동안 서양에서 망명하며 '심청'이 처럼 떠돌기도 했다"며 황씨의 대표작 제목으로 축사해 눈길을 끌었다.

황석영 씨는 1970~80년대를 "못 견디게 무섭고 고통스러웠지만 재미도 있었던 지옥"으로, 현재를 "확실하게 아프지도 뼈저리게 슬프지도 않은, 애매하게 진화한 지옥"으로 평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함께 겪은 지난 시대의 우여곡절 모욕과 수치와 배신과 절망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벗들에게 우리가 처음 출발할 무렵에 가졌던 꿈들을 현실로 바꿔서 넘겨줘야 할 때 이른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문학평론가 김치수, 황광수, 역사학자 정수일, 시인 안도현, 소설가 김인숙, 박민규, 김연수 씨 등 문화예술계 인사 100여명이 찾아온 이 날 축하연은 황씨의 며느리인 국악인 최수정 명창과 가수 전인권, 해금 연주자 강은일의 축하공연이 마련돼 흥을 돋우었다.

황씨의 등단 50년을 기념해 출판사 창비는 대표작품을 모은 9권짜리 전집을 냈다. 1,000질 한정판으로 출간된 전집은'손님' '오래된 정원' '무기의 그늘'을 비롯해 중단편모음집 3권, 희곡집 '장산곶매'로 구성됐으며 각 전집마다 고유번호가 찍혀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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