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열린'2012 미국 LA국제오토쇼'에서는 세계 자동차메이커들과 언론으로부터 유독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자동차가 있었다. 일본 혼다의 준중형차인 '시빅'의 9.5세대 모델(사진). 사실상 종전 차량을 개량한 부분변경 모델이었지만, 완전 변경 모델에 버금가는 찬사를 받았다.
그로부터 한 달도 안돼 미국 시장에선 혼다 시빅 돌풍이 이어지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시빅은 미국 승용차 부분판매 1위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시빅은 11월 미국 시장에서 3만75대가 팔려 전년동기 대비 75.5%의 경이적 판매신장을 기록했다. 그간 미국에서 승용차 부문 선두 자리를 지켜온 도요타 캠리, 닛산 알티마 등을 모두 제치고 월간 기준으로 사상 처음으로 1위에 오른 것이다.
사실 1년 전만해도 시빅은 혹평의 대상이었다. 작년 7월 9세대 새 모델을 내놓았지만, 미 컨슈머리포트는 스티어링 강성 부족과 브레이크 성능 취약, 나쁜 승차감, 인테리어의 낮은 질감 등 온갖 비판을 쏟아내면서 이 차를 조사대상 차량 12대 중 11위로 평가했다. 아울러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싶지 않은 차'란 코멘트를 달기도 했다.
충격을 받은 혼다는 후속 모델 개발 작업에 착수, 1년3개월 만에 부분변경 모델을 내놓았는데, 이것이 대박을 낸 것이다.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새롭게 디자인된 알미늄 휠과 저중심 그릴, 와이드 범퍼, 세련된 모습의 테일 램프 등 외관이 기존에 비해 보다 스포티하고 고급스럽게 바뀌었다"며"실내 인테리어는 부드러운 소재와 질감이 탁월한 마감재를 사용해 품질을 높였고, 민첩한 핸들링과 부드러운 승차감과 정숙성도 크게 향상됐다"고 말했다.
'시빅 효과'는 혼다의 다른 차로도 이어졌다. 중형차인 어코드는 지난달 2만6,248대가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무려 82.8%나 증가했다.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CR-V도 2만2,333대로 36%나 늘어났다. 도요타의 캠리가 22.7% 증가에 그치고, 닛산 알티마가 1.5% 감소한 것에 비하면 엄청난 약진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 동안 혼다는 도요타에 한 등급 떨어지는 모델로 인식되었는데 이번에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며 "현대ㆍ기아차 역시 바짝 긴장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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