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의 3D(입체영상)변환 한미합작법인 '갬코'의 부실 투자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 됐지만 뒤끝이 영 개운치 않다. 갬코 대표 김모(54ㆍ구속)씨가 미국 측 파트너 K2Eon에 속아 투자자금 70억여원을 날린 과정에서 강운태 시장 등 시청 고위 간부들의 배임 공모 의혹이 제기됐지만 관련 증거를 찾지 못한 채 이들의 해명만 들어주는 선에서 수사를 끝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인 참여자치21은 "결국 검찰이 강 시장 등에게 면죄부만 주고 수사를 끝냈다"며 재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광주지검 특수부는 지난 5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씨가 K2Eon과 3D컨버팅 장비독점 판매권 확보와 아들의 취업 부탁 등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했다"며 사실상 김씨의 단독범행에 무게를 뒀다. 김씨와 업무상 배임 공모 또는 방조 의혹이 제기된 강 시장 등 김씨의 보고라인 '윗선'에 대해서는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은 그러나 강 시장에 대한 조사에는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다. 김씨는 검찰에서 K2Eon 측에 사업준비자금 명목 등으로 600만 달러를 송금하는 등 핵심적인 사업 진행상황에 대해 강 시장에게 보고하고 승낙을 받아 송금했다고 진술했다. 강 시장이 업무상 배임죄의 공동정범이었음을 실토한 셈이다.
그런데도 검찰 수사는 더 이상 파고 들지 못했다. 여기엔 강 시장에게 사업 진행상황 등을 주로 구두로 보고했다는 김씨가 이에 대한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실제 검찰은 사업 추진 과정의 문제점을 뒤늦게 알게 된 강 시장이 지난해 6월 김씨에게 보고 부실을 이유로 질책한 사실이 문건을 통해 확인되자 강 시장의 공모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구두 보고를 했다는 김씨의 진술만으로 강 시장 등의 공모 여부를 판단하기는 부족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 시장에게 구두로 보고했다는 김씨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 자료 등 증거가 없기 때문에 강 시장의 공모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검찰의 설명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선 "구두 보고를 입증할 객관적 자료를 내놓으라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 아니냐"라는 지적도 있다.
특히 지난해 7월 말 100만 달러 추가 송금 등과 관련해서도 강 시장에게 사전 보고를 했다는 김씨와 사전 보고를 받지 않았다는 강 시장의 주장이 엇갈리는데도 검찰은 대질조사도 하지 않았다. 검찰은 "대질조사로 규명할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지만,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더구나 김씨가 지난해 1~7월 사업 진행상황 등을 8차례에 걸쳐 광주시에 보고한 문건에 자금 송금과 관련된 내용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조차 함구했다.
이 때문에 검찰이 애초부터 강 시장을 배제해 놓고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실제 지난 5월 감사원이 김씨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수사 의뢰한 이후 줄곧 광주시청 안팎에선 "한미합작투자사업이 강 시장과 강 시장 아들이 개입돼 추진됐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지만 검찰은 수사 발표 사흘 전에야 강 시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한 차례 비공개 소환 조사했다. 참여자치21 관계자는 "검찰의 수사 발표를 보면 그 동안 시민단체가 밝혀낸 사실보다도 부실하다"며 "자료(증거) 미비를 핑계로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 규명을 회피한 검찰이 재수사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 테니 두고 보라"고 말했다.
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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